<사진: (좌_김형준 전 부장검사, (우) 박수종 전 검사 출처:뉴스타파>
<사진: 박수종 전 검사 출처:뉴스타파>
지난 23일 오전 10시 30분경, 서울중앙지방법원 513호 법정에서는 김형준 전 부장검사와 박수종 전 검사의 뇌물수수 사건 재판이 열렸다. 이 사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처음으로 기소한 사건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사건이다. 검찰 출신인 이대환(사법연수원 34기) 검사가 기소검사로 도장을 찍었다. 이 재판은 부패전담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가 재판장을 맡았다.
이날 법정에는 공수처 측 검사 2명이 참석했고, 피고인 측 김형준 전 부장검사와 박수종 전 검사 및 그들의 변호인 9명(법무법인 로고스, 법무법인 KCL, 법무법인 위해, 법무법인 민주 등)이 참석했다. 검사출신 변호사들이 9명이나 되는 변호사를 대거 선임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전관예우 등의 목적 때문이 아니라면 이렇게 많은 변호사를 선임할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들었다.
이날 재판에는 박수종 전 검사에 대한 피고인신문이 진행됐다. 본 기자는 박수종 전 검사의 진술을 현장에서 직접 듣고 취재했다. 통상적인 피고인신문의 경우, 피고인 측 변호인이 피고인에게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이미 준비된 각본에 따라 잘 연습한 연극처럼 묻고 답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서 영양가 있는 진술을 듣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날 박 전 검사의 진술은 통상적인 피고인신문과 사뭇 다른 내용들이 많았다. 박 전 검사는 ‘박재벌’이라는 소문에 걸맞게 자신에 대한 물적 자존심이 무척 강해 보였다.
박 전 검사는 “나는 돈을 많이 벌어서 고급 술집에 주로 다닌다. 하지만 김형준을 만나 술을 마실 때는 내 수준이 아닌 김형준의 수준에 맞춰 술집 수준을 낮춰 함께해 줬다. 상대의 지불능력에 맞춰줘야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이다. 고급 술집에 주로 다니는 내 입장에선, 김형준과 저렴한 바(BAR)에 가서 겨우 수십, 백여만원 쓴 거 가지고 뇌물이라니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그 정도 돈은 자기 입장에선 푼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억울하다는 심정을 토로하던 그는 “삼겹살을 자주 사먹는 사람에게 최소한 소고기 정도는 사줘야 뇌물이 되는 거지, 삼겹살을 또 사준다고 뇌물이 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도 말했다. 박 전 검사는 돈 많은 자신이 싸구려 업소에서 친구인 김형준에게 술 몇 번 사 준 것이 대체 뭐가 문제냐는 인식을 당당하게 표현했다. (삼겹살을 즐겨먹는 본 기자는 박 전 검사의 이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본 기자는 누군가 내게 삼겹살을 대접해주는 것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박 전 검사는 또 “자신이 스폰서K로부터 받은 1000만원을 김형준에게 건네줬던 것은 뇌물이 아니고 자신이 김형준에게 빌려준 돈 이었으며, 이후 김형준은 그 돈을 자신에게 현금으로 갚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수사기관 진술 당시, 김형준이 자신에게 언제 어디에서 1,000만원을 현금으로 상환했는지 기억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 때 기억을 못했던 것은 수사기관 조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기 때문이고, 이제 와서는 어디에서 받았었는지 기억이 명확히 난다며 말을 바꿨다. 이 때, 피고인 신문을 하던 김형준 측 변호사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뻔한 거짓을 보고 표정관리가 안되는 듯 어색한 눈빛을 감추지 못하더니, 이내 다른 질문을 하며 화제를 전환했다.
박 전 검사는 “이 사건은 뉴스타파에서 기사화를 해서 여론 때문에 억지로 기소된 사건이다. 많이 억울하다. 당시 검찰총장이 지시해서, 자신과 김형준은 강압수사를 받았다. 수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결론은 구속기소로 이미 정해져 있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직 검사인 박 전 검사가 친정과 같은 검찰의 불법, 불공정수사를 폭로한 셈이다.
그는 또, “나는 김형준 보다 훨씬 윗선 고위 검사들과 매우 친하게 지내고 있다. 그런데 내가 왜 당시 부장검사에 불과한 김형준에게 뇌물을 주겠느냐. 주려면 더 윗선에게 주고 청탁했을 것이다. 나는 김형준 정도 수준의 부장검사에게 뇌물을 주고 청탁할 입장이나 위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반인들에게는 평검사도 두려움의 대상인데 박 전 검사에게는 부장검사 직급 따위는 뇌물의 대상이 될 자격이 없다는 식이어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묘한 카리스마까지 느껴졌다.
공수처 검사들은 이날 결심 공판에서 "비난 가능성이 높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며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혐의에 징역 1년에 벌금 3000만원, 추징금 1986만원을 구형했고, 박수종 전 검사에게는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오는 11월 9일 형을 선고할 예정이다.
전직 검사 출신 변호사들에 대한 공수처1호 기소 사건의 선고 결과는 과연 어떻게 될까. 전직 검사 출신 변호사들을 변호해주는 9명의 변호사 드림팀이 앞으로 어떤 전략으로 재판부 판사를 공략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려 할 것인지 흥미롭게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만약 이번 사건이 무죄로 결론 무죄가 날 경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공수처 무용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풍전등화인 공수처의 입지가 더욱 암울해 질 것은 불 보듯 뻔 하다. 어쩌면 무능의 상징으로 사라져 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쨋든, 이제 모든 것은 재판부 판사가 유전무죄를 얼마나 선호하는지와 공수처가 기소한 공소사실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가 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16일 내부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초대 처장으로서 공수처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끝까지 소임을 다할 생각”이라며 2024년 1월까지인 본인 임기를 모두 채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스피라TV 박동혁기자 icsof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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