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친일파 이해승의 후손이 소유한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땅을 국고로 환수하기 위해 소송을 냈지만 2심에서도 패소했다.
서울고법 17-1부(재판장 정윤형)는 정부가 친일파 이해승의 손자 이우영 그랜드힐튼호텔 회장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해승은 철종의 아버지인 전계대원군의 5대손으로 일제로부터 국권침탈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1910년 후작 작위를 받았다. 1912년 ‘종전 한일 관계에 공적이 있다’는 이유로 한국병합 기념장을 받았고,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귀족의 지위와 특권을 누렸다. 이에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2007년 이해승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정했다.
이번 소송 대상이 된 땅은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임야 2만7905㎡이다. 정부는 국권침탈이 시작된 1904년 러일전쟁 발발부터 1945년 광복 때까지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한 재산은 국가에 귀속된다는 친일재산귀속법을 토대로 땅을 환수하려 소송을 냈다. 1917년 이해승이 취득한 이 땅은 원고인 이우영 회장에게 단독으로 상속되어 소유권이 이전됐다. 1966년 근저당권 설정에 따른 경매절차를 통해 한 은행으로 소유권이 넘어갔다가 1967년 이 회장이 다시 사들였다.
법원은 이 회장 쪽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친일 재산인 것을 모르고 취득하거나, 알았다고 해도 정당한 대가를 지급했다면 유효하게 권리를 보유할 수 있다. 친일재산귀속법이 친일반민족행위자와 친일 재산에 대한 정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것 외에 제 3자에 대해 아무런 규정도 두고 있지 않는데,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상속인이라고 해서 제 3자의 범위에서 제외될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정부가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토지가 분할되기 전 경매에 넘어가 1966년 은행으로 소유권이 넘어간 바 있다. 이 은행은 친일 재산이라는 점을 모른 채 경매에서 금액을 납부하고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충분히 인정된다. 원고(정부)가 현재의 등기명의인인 피고(이우영)를 상대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구하고 있는데, 이는 앞서 토지 소유권을 취득한 은행의 권리를 해하는 결과가 된다”고 지적했다.
스피라TV 박동혁기자 icsof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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