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과 법정 진술 모두 증거 능력 없다” 47년 만에 무죄 선고
군사 정권 시절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휘말려 무기징역 확정 판결을 받고 20여년 간 억울하게 복역했던 유정식씨가 47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이원범 한기수 남우현 부장판사)는 7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이후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으로부터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유정식 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고령의 유씨는 이날 휠체어를 타고 직접 재판에 참석했다.
재판부는 "유씨의 자백과 법정 진술 모두 증거 능력이 없어서,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라며 "우리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라고 무죄를 선고했다.
유씨는 지난 1975년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이던 유학생들이 간첩 활동을 했다는 ‘재일교포 간첩단 사건(1975년 중앙정보부에 의해 조작된 공안사건으로, 당시 재일동포 13명을 포함한 총 21명이 기소됐다.)에 휘말려 중앙정보부에 연행됐다. 이후 1975년 4월 19일 탈출, 잠입, 찬양고무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고,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20여년 간 복역했다.
2010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는 이 사건이 조작됐다고 판단했고, 유씨는 지난 2020년 1월 2심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다.
유씨는 재심을 청구하며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하는 일들을 한 적이 없고, 당시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 등은 불법적인 체포·감금·가혹행위를 통해 수집된 증거이므로 그 증거능력이 인정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등법원은 7일, 47년 만에 유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사기관, 법정에서 한 자백 진술은 피고인이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않았더라도 심리적·강제적 압박을 동반한 것이고, 그 밖에도 불법체포 상태에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아무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인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선고 직후 유씨에게 "덧붙여 과거의 명예를 뒤늦게나마 회복해서 앞으로 걸어 갈 삶에 유익이 되고 위로가 되길 바란다"라며 "피고인과 변호인도 참 수고가 많았다"라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스피라TV 김준엽 기자 Junyub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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