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 -
1. 사안의 개요
○ 피고인은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죄로 4회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2020년 1월 5일 혈중알코올농도 0.209%의 술에 취한 상태로 전동킥보드를 운전하였다는 사실로 공소가 제기되었다.
○ 원심은 2020년 11월 5일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을 적용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 원심판결 선고 후인 2020년 12월 10일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되면서 이 사건 전동킥보드와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와 이를 포함하는 ‘자전거등’에 관한 정의 규정이 신설되었다. 이에 따라 개인형 이동장치 음주운전에 관하여는 (거듭된) 자동차등 음주운전 행위를 처벌하는 제148조의2이 더 이상 적용될 수 없게 되는 동시에, 자전거등 음주운전 행위를 처벌하는 제156조 제11호가 적용되도록 개정된 것이다. 위 법률 개정은 별도의 경과규정을 두지 않았다.
○ 위와 같은 법률개정의 결과,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음주운전의 전력이 있는 사람이 다시 술에 취한 상태로 전동킥보드를 운전한 행위에 대하여, 개정 전에는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였으나(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개정 후에는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로 처벌하게 되었다(개정 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1호).
2. 쟁점
범죄 후 법령의 변경에 의하여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가벼워진 경우,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에 따라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변경된 신법(재판시법)이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 [종래 대법원판례의 법리(동기설)를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
3. 종래 대법원판례의 법리(이른바 ‘동기설’)
종래 대법원은 이러한 쟁점에 관하여, 법령의 변경에 관한 입법자의 동기를 고려하여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의 적용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왔다. 형벌법규 제정의 이유가 된 법률이념의 변경에 따라 종래의 처벌 자체가 부당하였다거나 또는 과형이 과중하였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법령을 변경하였을 경우에만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가 적용된다고 해석하여, 이러한 경우가 아니라 그때그때의 특수한 필요에 대처하기 위하여 법령을 변경한 것에 불과한 때에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하고 행위 당시의 형벌법규에 따라 위반행위를 처벌하여야 한다는 법리를 확립하여 오랜 기간 유지하여 왔다.
4. 대상판결의 요지
가. 다수의견
1) 전원합의체인 대상판결은, 종래 대법원판례 법리(이른바 ‘동기설’)를 변경하여, 범죄의 성립과 처벌에 관하여 규정한 형벌법규의 변경에 따라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가벼워진 경우에는 반성적 고려에 따라 변경된 것인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원칙적으로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가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 입법자가 법령의 변경 이후에도 종전 법령 위반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유지한다는 내용의 경과규정을 따로 두지 않는 한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개정법률을 적용케 하기 위하여 원심 판결은 파기환송하였다.)
2) 다수의견은 또한, 형벌법규가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과 같은 법규명령이 아닌 고시 등 행정규칙·행정명령, 조례 등 ‘고시 등 규정’에 구성요건의 일부를 수권 내지 위임한 경우에도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변경에 따라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가벼워졌다면 마찬가지로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가 적용되나, 다만 해당 형벌법규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부수적으로 관련이 있는 다른 법령이 변경된 경우에는, 범죄의 성립 및 처벌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형사법적 관점의 변화를 주된 근거로 하는 법령의 변경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가 적용될 수 있다고 정리하여 판시하였다.
3) 한편 법령이 개정 내지 폐지된 경우가 아니라, 스스로 유효기간을 구체적인 일자나 기간으로 특정하여 효력의 상실을 예정하고 있던 법령(이른바 ‘한시법’)이 그 유효기간을 경과함으로써 더 이상 효력을 갖지 않게 된 경우도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에서 말하는 법령의 변경에 해당한다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나. 조재연·안철상 대법관의 별개의견 1
행위시법주의의 예외로서 형법 제1조 제2항을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종래 대법원판례를 대체하는 기본 법리를 제시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나머지 유형들은 추후 해당 사건이 있는 경우 기본 법리를 기초로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따라서 다수의견이 이 사건의 직접 쟁점이 아닌 예외적 유형들에 관해 설시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 노태악·천대엽 대법관의 별개의견 2
다수의견이 한시법에 관하여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가 적용될 수 없고, 일률적으로 행위시법의 추급효가 있다고 하는 부분에 동의할 수 없다.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형벌법규가 변경되었다는 관점에서 법령이 개정·폐지된 경우와 법령의 유효기간이 경과된 경우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으므로, 경과규정을 두지 않은 이상 원칙적으로 피고인에게 유리한 재판시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5. 검토
가. 행위시에 효력있는 형벌법규가 행위후에 변경된 경우 그 행위에 대하여 어느 법을 적용할 것인가에 관하여는 행위시법주의와 재판시법주의가 있다. 행위시법주의를 적용하면 구법(행위시법)의 추급효를 인정하는 결과가, 재판시법주의에 의하며 신법(재판시법)의 소급효를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 형법불소급의 원칙은 헌법상의 원칙이기도 하므로 따라서 형법은 행위시법주의를 원칙으로 하고(제1조 제1항), 예외적·보충적으로 재판시법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제1조 제2항).
이렇듯 형법에 의하면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시법에 의함을 원칙으로 하나 범죄 후 법률의 변경에 의하여 형이 폐지되거나 경하게 변경된 때에는 재판시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을 매우 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나. 이 사건 대상판결이 종래 대법원판례를 변경한 것은, 위와 같은 형법 문언에 관한 일반적인 이해와 일치하기에 매우 타당한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이 사건 대상판결에서 지적하듯이, 법률개정시 형벌의 공백상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한 나머지 종래 대법원판례의 법리가 유지되어 왔던 것으로 보인다. 대상판결은 범죄 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법령이 변경된 경우 행위시법이 아니라 피고인에게 유리한 재판시법을 적용한다는 취지임이 형법의 문언상 명백하다고 적시하였다. 아래와 같은 이유로도 대상판결의 판시가 매우 타당하고 자연스러운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① 독일의 경우에는 한시법에 대하여 행위시법주의를 적용하기로 정하는 명문의 규정이 있고, 위 규정을 판례 및 학설상 확장 해석하여 폐지·개정된 법률에 대하여서도 추급효를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형법에는 한시법에 관한 규정도 없었는데 같은 논리의 ‘동기설’을 채택해서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형법 제1조 제2항의 입법취지와 모순된다. ② 입법자가 형벌의 누락이나 삭제를 원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경과조치를 둘 수도 있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경과규정이 없는 한 형법 제1조 제2항의 기본원칙이 준수되는 것이 당연하다. ③ 행위시와 재판시 사이에 수차 법령의 변경이 있는 경우에는 그중 가장 형이 경한 법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고(대법원 1968. 12. 17. 선고 68도1324 판결), 그러한 법 적용이 상식에도 부합한다. ④ 종래 대법원판결의 법리는 별다른 법률상의 근거도 없이 ‘반성적 고려 여부’를 조건으로 내세워 명문(형법 제1조 제2항 및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의 적용에 제약을 걸었던 것이기에 피고인 또는 국민들의 권익을 침해할 여지가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다. 한편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이 ‘한시법’에 관하여 판시한 내용에 대하여는 별개의견 2와 같은 의문의 소지가 있다. 우리 형법은 위와 같이 시적 적용범위에 관하여 일반 규정(제1조)을 두고 있고, 그 내용은 행위시법주의를 채택하되 예외적으로 재판시법주의를 적용한다는 것으로서, 이해하기도 어렵지 않다. 게다가 한시법에 관하여 따로 규정하는 조항도 존재하지 않다.
그렇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하다면 재판시법주의를 적용한다는 형법 제1조 제2항에 의한 원칙만 확립되면 되는 것이지, 다수의견처럼 한시법에 추급효가 있다고 일반론적으로 정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다. 한시법에 관하여 단순히 재판시법주의만을 따르게 되면 한시법의 종료 무렵에는 처벌을 할 가망이 없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한시법의 실효성이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일리 있지만, 그러한 우려만으로 형법 제1조의 원칙에 다시 또 예외를 만들 이유가 있는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형벌법규가 변경되었다는 점에서는 법령이 개정·폐지된 경우와 한시법이 종료한 경우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고, 한시법에 관한 명문조항이나 경과조치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피고인에게 유리한 재판시법이 적용되는 것이 타당하게 보이기도 한다.
다른 한편 해당 형벌법규에 부수적으로 관련이 있는 다른 법령이 변경된 경우에는, 형사법적 관점의 변화를 주된 근거로 하는지에 관하여 살펴보아야 형법 제1조 제2항 적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동기설과 마찬가지로) 결국 입법자의 의사를 탐색해야 할지 모른다는 일말의 우려가 있다. 그러나 직접 관계된 법령이 아닌 경우에는 애초에 적용 법령의 내용을 먼저 정리하여 심사·판단할 필요가 있으며, 직접 개정의 경우에는 항상 형법 제1조 제2항이 적용될 것이므로 사소한 우려에 불과하다고 보인다.
출처 : 법조신문(http://news.koreanba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