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채용 조건부 특별퇴직 고용의무이행 사건, 대법원 2022. 9. 29. 선고 2018다301257 판결을 중심으로 -
1. 사실관계
(1) 1960년생 원고들은 피고은행에 취업했다.
(2) 2007년경 피고는 만 55세에 도달한 직원이 ①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으면서 정년을 1년 연장하여 만 59세로 근무하는 방법과 ② 특별퇴직을 하는 방법 중 선택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3) 2008년경 임금피크연령을 만 55세에서 만 56세로 상향하고, 임금피크제 기간을 종전 만 55세에서 만 58세까지에서 만 56세부터 만 59세까지로 변경했고, ① 종전 총급여 기본 지급율은 250%(80%, 60%, 60%, 50%)에서 변경 후 170%(50%, 50%, 40%, 30%)로 변경하고, ② 종전 만 55세에 특별퇴직이 가능했던 것을 변경 후 만 56세 및 만 57세로 하고 “특별퇴직자에게는 계약직 별정직원으로 재채용(이 사건 재채용)”되면 최장 만 58세까지 계약 갱신하고 월 200만 원의 급여를 지급하는 임금피크제도 개선안에 노조가 동의하였다.
(4) 원고들은 2016년 상반기에 만 56세가 도래하여 임금피크제와 특별퇴직 중 특별퇴직을 선택하여 2016년 5월 31일 자로 퇴직하였으나 피고는 원고들이 특별퇴직하였음에도 원고들을 계약직 별정직원으로 재채용하지 않았다.
2. 법적 쟁점
가. 본 사안의 법적 쟁점
피고은행과 노조가 타결한 특별퇴직자들의 재채용합의에 대해 원고들은 피고은행에게 자신들을 재채용할 의무를 부과한 것으로 주장한 반면 피고은행은 단순히 재채용 신청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 항변하고 있다. 즉, 본사안의 쟁점은 특별퇴직자의 재채용은 근로관계 종료 후의 문제인 바 근로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하여 사업자에게 규율되는 복무규율이나 근로조건에 대해 취급하는 취업규칙이 재채용 합의에도 적용되는가로 볼 수 있다.
나. 법원의 판단
대상판결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 종료 후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이라고 해도 존속하는 근로관계와 직접 관련된 것으로서 근로자의 대우에 관해 정한 사항이라면 이 역시 취업규칙에서 정한 근로조건에 해당한다고 보아 재채용에 관한 노사합의도 취업규칙의 효력이 미친다고 판단했다.
다. 임금피크제와 취업규칙
(1) 임금피크제의 개념과 유형
일반적으로 임금피크제란 정년을 보장하거나 연장하는 대신 일정 연령에 도달하는 시점부터 임금액을 줄이는 것으로 이해된다. 임금피크제는 고용보험법상 고용안정사업의 하나로 고령자 고용촉진을 위한 임금피크제지원금 제도가 도입되면서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8조에 규정돼 정착된 법률용어다. 동 규정이 구분하고 있는 임금피크제의 유형은 ① 정년을 보장하되 정년 전 일정 연령(일반적으로 55세)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정년보장형, ② 정년을 연장하면서 일정 연령에 이르렀을 때부터 일정 나이, 근속시점, 또는 임금액을 줄이는 정년연장형(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8조 제1항 제1호), 정년퇴직자를 재고용하면서 임금을 줄이는 고용연장형(제4호) 등으로 나뉜다.
(2) 취업규칙으로서 임금피크제
고용노동부가 2016년도부터 임금피크제실시를 의무화하고, 임금피크제 안착을 위해 노동조합 또는 과반수 근로자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취업규칙 변경요건에 관한 취업규칙 지침을 제안한 것을 고려할 때, 임금피크제의 법적 성격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취업규칙으로 평가될 수 있다. 특별히, 본 사안이 취급하고 있는 특별퇴직자의 재채용합의는 고용연장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하는바 취업규칙의 대상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라.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이란 사용자가 종전 취업규칙 규정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규정을 신설하여 근로조건이나 복무규율에 관한 근로자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고 근로자에게 저하된 근로조건이나 강화된 복무규율을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것을 말하며(대법원 1993. 8. 24. 선고 93다17898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은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할 경우 사업자의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설명의무, 노동조합 혹은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청취의무, 근로자의 서면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본 사안의 경우 피고는 2008년경 임금피크제 내용을 일부 변경하는 개선안을 마련하여 노조와 협의를 거쳤고, 노조는 2009년경 위 임금피크제 개선안의 시행에 동의하였는바 이 사건 재채용에 대하여 피고가 노조와 합의한 것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의 법적 평가로도 이 사건 재채용도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대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마. 참조판례
(1) 임금피크제의 효력을 부인한 사례(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성과연급제 이름으로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사안에서, 55세 이상 정규직 직원에게만 임금 삭감 조치를 한 것에 정당성이 없는 점, 55세 이상 직원이 임금이 일시에 대폭 하락하는 불이익을 입은 점, 불이익을 복구할 조치가 강구되지 않은 점, 성과연급제를 전후하여 업무내용에 감소가 없었던 점 등 위 성과연급제는 연령을 이유로 임금 분야에서 차별한 것이므로 무효라 판단했다.
(2) 임금피크제의 효력을 인정한 사례(서울고등법원 2021. 12. 24. 선고 2019나2029394 판결, 심리불속행 상고 기각)
근로자의 정년이 만 58세에서 60세로 연장되면서 종전 정년 전 57세부터 3년간 임금이 감액된 사안에서, ① 해당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을 위하여 이루어진 조치로서 고령근로자의 고용유지 및 안정을 위한 지원조치에 해당하고, ② 정년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정년이 만 60세로 연장되면서 57세부터 3년간 받게 되는 임금 총액이 종전 정년 전 1년 동안 받게 되는 임금액을 초과하였으며, 고용보험법 시행령에 근거한 임금피크제 지원금을 추가적으로 지급받았고, ③ 공공기관인 피고는 정부지침상 임금피크제 시행 초기에는 근로시간 단축 대신 이와 유사한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퇴직 후 미래 설계를 위한 교육 등 월 20시간의 교육시간을 부여하고, 근로시간 단축의 혜택을 보기도 하였다는 사정 등을 들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을 인정했다.
3. 평석
대상판결은 판결이유에서 이 사건 재채용에 따른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재채용 행위 자체는 특별퇴직자와 피고 사이의 종전 근로관계가 종료된 후에 행해진 것이나 이 사건 재채용 부분은 특별퇴직하는 근로자와 피고 사이에 존속하는 근로관계와 직접 관련되는 것이므로 특별퇴직하는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조건을 정한 취업규칙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임금피크제도 개선안은 임금피크와 특별퇴직을 선택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바 임금피크제의 대상이 된 근로자가 임금피크를 포기하고 특별퇴직을 선택하게 된 배경은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이 사건 재채용이 부여된다는 신뢰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즉 특별퇴직자들을 재채용 합의가 없었더라면 특별퇴직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하는 바 이 사건 재채용은 특별퇴직을 신청한 근로자의 의사결정에 중요요소로서 근로자의 대우에 구체적인 내용을 구성하는 취업규칙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에서 재채용합의도 취업규칙의 적용대상으로 본 대상판결의 입장에 찬동한다.
나아가 ① 피고 스스로도 임금피크제도 개선안의 두 요소인 임금피크와 재채용 합의 모두를 노조의 동의대상으로 정한 점, ② 임금피크제도의 법률규정에도 재취업 합의도 포함되어 있으며 고용노동부 지침상 이 또한 취업규칙의 형식으로 노사합의 대상으로 평가되고 있는 점, ③ 종전 임금피크제의 총급여 기본 지급율이 250%에서 변경 후 170%로 삭감된 상황에서 피고가 특별퇴직자의 재채용의무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 특별퇴직자의 선택권이 형해화될 수 밖에 없는 점, ④ 특별퇴직자들의 퇴직의사는 근로관계 종료 후 재취업이 존재할 때 비로소 가능한 점에서 종전 근로관계와 재취업을 단절이 아닌 연속적인 관계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재취업합의도 취업규칙의 적용대상으로 봄으로써 취업규칙의 적용범위를 폭넓게 인정한 대상판결의 입장이 타당해 보인다.
출처 : 법조신문(http://news.koreanba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