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1. 9. 9. 선고 2018다284233 전원합의체 판결 -
1. 사안의 개요 등
원고가 2010년 3월 31일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자인 소외인(이하, ‘매도인’이라 함)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매도인에게 매매대금 10억 원을 모두 지급하고, 매도인은 원고와 피고의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2010년 5월 17일 피고 명의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피고가 2014년 12월 11일 소외 은행으로부터 5억 원을 대출받으면서 이 사건 부동산에 채권최고액 6억 원의 이 사건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위 근저당권이 말소되지 아니한 사안이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하여 명의수탁자인 피고가 이 사건 근저당권에 따른 대출을 받아 피담보채무액 상당의 이익을 얻음으로써 원고에게 입힌 손해에 대하여 부당이득금반환 및 매도인을 대위하여 매도인에게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각 청구하였고, 이하에서는 부당이득반환 청구 부분만을 살펴본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원심은 3자간 등기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가 무효로 되어 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에게 남아 있으므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으로 손해를 입은 자는 원고가 아니라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제3자에게 부동산을 매도하거나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등의 처분행위를 함으로써 제3자로 하여금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도록 한 경우 명의수탁자의 이익에 관하여 명의신탁자가 수탁자를 상대로 직접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다.
대상 판결은 명의수탁자인 피고가 소외 은행에게 이 사건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소외 은행으로 하여금 유효한 근저당권을 취득케 함으로써 자기 소유가 아닌 이 사건 부동산으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 상당의 이익을 얻고, 명의신탁자인 원고는 피담보채무액 만큼의 교환가치가 제한된 소유권을 취득하는 손해를 입었다면서 피고가 원고에게 그 이익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다수의견은 ①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의 적용에 따라 명의신탁자, 명의수탁자, 매도인의 권리·의무 변동으로 인한 이해관계를 부당이득반환을 통하여 조정함에 있어서 공평·정의의 이념에 근거한 부당이득반환 제도의 취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고, ②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로 인한 이익은 법률상 원인 없는 이익으로서 정당한 권리자에게 반환되어야 하지만, 명의신탁자는 매매대금의 지급이라는 매매 계약상 의무이행의 반대급부인 부동산의 완전한 소유권을 이전받을 권리를 상실하는 손해를 입었으며, ③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로 인하여 매도인은 명의신탁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었음에도 이미 명의신탁자로부터 지급받은 매매대금을 보유하므로 손실이 없는 반면,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로 인한 이익은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을 통하여 부동산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게 되는 손해로 인한 것이므로 명의신탁자에게 반환되어야 하고, ④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로 인하여 발생하는 매도인과 명의신탁자 사이의 계약해제나 손해배상의 법률관계와 매도인과 명의수탁자 사이의 부당이득반환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법률관계를 구분하여 개별적으로 이해관계를 조정할 경우 손해의 보전이 충분하지 못하거나 누군가 예상치 못한 이익을 얻게 되어 공평의 이념에 배치될 수 있으며, ⑤매도인을 끌어들이는 것보다는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게 직접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해결하는 것이라는 등의 논거를 설시한다.
반대의견은 ①부동산실명법 시행에 따라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직접적인 법률관계가 없어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을 대위하여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뿐임에도, 다수의견에 의하면 신탁부동산이 처분대금 등의 대상물로 변한 경우에는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의 직접적인 법률관계를 긍정하는 셈이 되어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한 부동산실명법의 목적이나 취지에 반하고, ②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로 인한 이익은 부동산의 정당한 소유자인 매도인에게 반환되어야 하며, ③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로 인하여 매도인의 명의신탁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에 이르더라도 매도인을 제외한 채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직접 부당이득반환의 관계가 성립할 수 없고, ④명의신탁자와 매도인 사이의 법률관계는 계약의 일반 법리대로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을 상대로 계약해제권을 행사하여 원상회복을 청구하여 매매대금을 반환받거나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으로 구제받을 수 있거나 또는 이들의 과실의 정도 등에 따라 손해의 보전이 충분하지 못한 경우는 명의신탁자가 자초한 것이므로 다수의견에 의할 경우 명의신탁자를 지나치게 보호하는 것이 되고, ⑤매도인은 부동산실명법을 무시하고 명의신탁자의 탈법행위에 조력하는 등 법 위반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자로서 귀책사유가 없다 할 수 없으며, 다수의견에 의하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성립요건이 불분명하거나 그 범위가 지나치게 확장될 우려가 있다는 논거에 따라 이 사건 근저당권으로 인한 손해가 매도인에게 귀속되어야 하므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받아들이지 아니한 원심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3. 검토의견
3자간 등기명의신탁은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으로부터 부동산을 양수하면서 명의수탁자와의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는 경우이고,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 및 제2항에 의거하여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가 모두 무효로 되어 부동산의 소유권이 매도인에게 남게 되어 결국 매도인은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으로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 등을 청구할 권원을 보유하는 정당한 권리자이다.
3자간 등기명의신탁의 경우 부동산의 소유권이 매도인에게 귀속됨에도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 제3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지면 제3자는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하고, 명의수탁자가 위 처분행위을 통하여 얻은 이익은 침해부당이득의 법리에 따라 정당한 권리자인 매도인에게 반환되어야 하는 것이 민법과 부동산실명법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고, 이와 관련한 반대의견의 논거들이 정치하고 존엄하다.
그러나 매도인은 명의신탁자 사이의 매매계약이 여전히 유효함에도 명의신탁자에게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이행할 수 없어 명의신탁자에게 명의신탁자의 해제권 행사에 따른 원상회복의무나 손해배상책임 등을 부담하게 되는바, 만일 매도인에게 위 이행불능에 대한 귀책이 없다고 평가된다면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에 대하여 가지는 위 권리들이 무력화될 수 있고, 매도인이 이미 매매대금을 지급받아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로 인하여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평가된다면 명의신탁자로서는 매도인을 대위하여 매도인이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가지는 피대위채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어 사안별로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로 인한 이익의 귀속 주체가 달라질 우려가 있다.
또한 부당이득반환의 경우 수익자가 반환해야 할 이득의 범위는 손실자가 입은 손해로 한정되는바, 반대의견처럼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을 대위하여 매도인이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가지는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해야 한다면 매도인이 신탁자로부터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받아 손해가 발생하지 않거나 또는 수탁자의 처분대금과 매도인의 매매대금의 차액만이 매도인의 손해금으로 산정되는 등 명의수탁자를 너무 두텁게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반대의견은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로 인한 매도인의 손해는 매도인이 소유권을 상실한 자체로 보아야 한다는 지적을 하나, 위 의견대로라면 매도인은 명의수탁자로부터 지급받은 매매대금을 그대로 보유한 데다가 명의수탁자를 상대하여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로 인한 이익을 부당이득조로 반환받을 수 있어 이중의 이득을 취하는 등 법률관계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따라서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가 있는 경우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직접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다수의견이 법률관계를 보다 간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출처 : 법조신문(http://news.koreanba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