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8도 13864 판결 -
1. 사실관계
증권방송전문가인 피고인은 2011년 10월 4일 A회사 주식 7만 6074주를 30억 9498만 9579원에 매수한 다음, 같은 날 오후 10시경 증권전문방송국인 H방송사에 출연하여 A 회사 주식을 추천했고, 2011년 10월 5일 H사의 프로그램 2에 추천 종목으로 편입하였는데, 매수 추종자의 유입에 따라 주가가 단기간에 상승하자 2011년 10월 17일과 2011년 10월 18일 A회사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
이후 같은 방법으로 피고인은 2011년 11월 2일 B회사 주식 1만 9265주를 1억 7531만 1500원에 매수한 다음 2011년 11월 8일 H방송사에 출연하여 B회사 주식의 실적, 시장점유율, 시가총액 등을 소개하며 추천했고, 이후 주가가 오르자 2011년 11월 10일 보유한 B회사의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
또, 피고인은 같은 방법으로 2011년 11월 2일 C회사 주식 130만 7585주를 15 억 7171만 7170원에 매수한 다음 2011년 11월 8일 H 방송사에 출연하여 정치테마주로 상승가능성을 언급하여 추천하였고, 2011년 11월 14일 전량매도하였다. A, B, C주식 매매거래와 관련해 공통적으로 피고인이 위 주식들을 매도한 당일 각 주식은 모두 피고인 포트폴리오에 그대로 편입되어, 시청자 등에게 추천상태가 유지되었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피고인이 각 주식을 미리 매수한 사실을 숨긴 채 일반투자자들에게 매수를 추천한 후 미리 매수해 둔 주식을 매도하여 36먹 9866만 4533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하였다.
2. 법원의 판단
(1) 관련규정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이하 ‘자본시장법’) 제178조는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하는 모든 대상에게 부정거래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① 제1항 제1호는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② 제2항은 ‘금융투자상품의 매매를 할 목적이나 그 시세의 변동을 도모할 목적으로 풍문의 유포, 위계(僞計)의 사용, 폭행 또는 협박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금지대상을 정하고 있는 바, 대상판결의 쟁점은 피고인 매수추천행위가 위 금지대상 중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다.
(2) 원심법원의 판단
먼저, 이 사건 범행 당시의 법령상 피고인과 같은 유사투자자문업자에 대하여 선행매매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었고, 피고인이 방송에서 추천하려는 종목을 선취매수 한 사실을 시청자에게 고지하여야 할 신의칙상 의무를 인정하기도 어려운 점, 방송 시청자는 자율적 판단에 따라 주식거래에 임하는 점, 이 사건 종목은 이른바 정치 테마주로서 피고인의 추천과 무관하게 주가가 변동하는 점, 피고인이 자신이 추천할 이 사건 종목의 회사 경영진 등과 인위적으로 주가를 상승시키기로 합의하는 등의 거래를 한 사실이 없고 다른 공범도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할 때 피고인의 매수추천 행위는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1호에 정한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음으로, 피고인이 H방송프로그램에서 A, B, C 각 주식 종목에 대해 허위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점, 자본시장법 상 유사투자자문업자에게 선행매매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는 점, H방송사와 피고인이 체결한 계약내용에 선행매매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피고인이 위 각 종목을 선취매매 한 사실을 시청자 등에게 고지하지 않은 채 피고인이 방송 중 각 종목을 매수추천한 행위는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2항이 정한 ‘위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3) 대상판결의 판단
먼저, 투자자문업자 등이 추천하는 증권을 자신이 선행매수하여 보유하고 있고 추천후에 이를 매도할 수도 있다는 증권에 관한 자신의 이해관계를 표시하지 않은 채 증권의 매수를 추천하는 행위는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한 ‘부정한 수단, 계획,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투자자문업자의 위와 같은 행위는 투자자의 오해를 초래하지 않기 위해 중요한 사항인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누락함으로써 투자자에게 객관적인 동기에서 증권을 추천한다는 인상을 주어 거래를 유인하는 행위로서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2항에서 정한 ‘위계의 사용’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3. 평석
본 사안 핵심쟁점은 피고인이 H방송에서 특정 주식을 소개한 행위가 ‘매수추천’인지 여부다. 원심은 주식의 매수를 추천하였다는 것은 투자자에게 특정 주식을 매수하라는 의사표시를 한 경우여야 하나 피고인에게는 이 같은 의사를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대상판결은 H방송사의 파급력과 피고인의 투자전문업자로서 영향력 등을 고려할 때 3개의 종목을 소개한 내용이나 각 종목에 대해 밝힌 의견은 투자자에게 주식의 매수 의사를 불러일으킨 행위이므로, 매수를 추천한 것으로 보았다.
한편 판결문은 투자자문업자가 단순한 상담이나 금융투자상품의 소개의 정도를 넘어 계약체결을 권유하고, 투자자가 투자자문업자를 신뢰하여 계약체결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판단요소로 삼았다면, 투자자문업자는 자본시장법 제9조 제4항이 규정한 ‘투자권유’를 한 것이며, 이는 다수의 투자자에게 매수추천한 것과 유사하다고 하여 매수추천의 법적의미에 대해 해설하고 있다.
따라서 자본시장법상 매수추천이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투자자문업자가 특정 주식을 소개한 후 시청자 등이 이를 반영하여 실제 해당 주식의 매수체결을 실행하였는지가 입증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투자 자문업자가 방송프로그램에서 특정 주식을 소개한 이후 매수세가 급증하고 주가의 시세가 상승하였다는 것만으로는 해당 주식이 그 방송으로 인해 매수세가 상승한 것으로 단정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다. H방송국의 투자전문업자가 피고인외에도 여러명인 점, H방송국의 시청자가 피고인의 방송만 시청하는 것은 아닌 점, 피고인이 추천한 종목이 정치테마주인 만큼 매수세가 시청자들에 의해 급등한 것으로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피고인의 주식소개를 곧바로 매수추천으로 동일시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입증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본 사안에서 문제삼고 있는 대상은 이른 바 스캘핑의 처벌가능성에 대한 것으로 축약할 수 있는데, 스캘핑이란 속칭 증권투자전문가라는 자들이 특정 주식을 사전에 매수하고, 스스로 조달한 시세의 변동에 민감한 주식의 정보를 일반투자자들에게 제공한 다음 매매를 권유하여, 권유매매의 결과로 인한 시세변동을 이용해 증권투자전문가는 매매차익을 얻고, 다수 일반투자자는 손해를 가하는 것을 지칭한다.
대상판결의 사안은 3개의 종목 모두 투자전문가가 선취매수를 한 후 해당종목을 소개하고 이후 매수세가 급증한 것을 이용하여 투자전문가가 매도한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바, H방송국의 파급력과 피고인이 투자전문가로서의 영향력이 해당 종목의 매수세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할 수는 있다. 즉 피고인의 종목소개 이후 3개의 종목 모두 매수세가 유입되고 시가가 상승한 것으로 볼 때 피고인의 방송 중 종목 추천으로 인하여 해당 종목의 시가가 상승하는데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3개 증권의 성격과 발행된 증권의 총수, 매매거래의 동기와 태양, 그 증권의 가격 및 거래동향, 전후의 거래상황 거래의 경제적 합리석 및 공정성 등의 간접사실을 종합하는 과정이 필요함에도(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1도3567 판결)대상판결에는 이와 관련된 판단과정이 누락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본 사안이 발생된 이후 자본시장법 제98조 제1항 제5호에서 투자판단에 관한 자문 또는 매매 의사를 결정한 후 이를 실행하기 전에 그 금융투자상품 등을 자기의 계산으로 매매하거나 제삼자에게 매매를 권유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을 신설한 배경에도, 대상판결과 같은 스캘핑거래를 처벌하는 데 법적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인 것으로 본다면, 대상판결의 판단에는 구체적인 범죄입증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출처 : 법조신문(http://news.koreanba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