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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명 이상민
소속 -

- 대법원 2022. 4. 28. 선고 2017다233061 판결 -

 

1. 사안의 개요

(1) 2013년 11월 7일 실시된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이 사건 시험’)에서 사회탐구영역의 선택 과목 중 하나인 세계지리 과목에는 원고(선정당사자, 이하 ‘원고’)와 선정자들을 포함한 3만 7684명이 응시하였다.

(2) 이 사건 시험을 주관한 피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피고 평가원’)은 이 사건 시험 종료 직후 세계지리 8번 문제(이하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ㄷ’ 지문이 포함된 ②번으로 발표하였다.

(3) 2013년 11월 7일부터 2013년 11월 11일까지인 이의신청 기간에 이 사건 문제에 대한 이의신청이 있었고 피고 평가원은 이의심사실무위원회와 이의심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이 사건 문제의 정답에 이상이 없다고 결정하였으며, 이를 전제로 원고와 선정자들을 포함한 이 사건 시험 응시자들의 성적과 등급을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하고, 2013년 11월 27일 통지하였다.

(4) 이 사건 처분과 그 통지 이후 응시자 일부는 이 사건 문제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 평가원을 상대로 이 사건 시험에 관한 정답결정처분 취소소송(이하 ‘관련소송’)을 제기하였다.

(5) 관련소송 항소심은 이 사건 문제 지문 중 옳은 것은 ‘ㄱ’지문밖에 없어서 이 사건 문제에는 정답이 없는데도 피고 평가원이 ‘ㄱ’지문과 ‘ㄷ’지문이 옳다고 보아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②번으로 정하여 한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피고 평가원이 관련소송 원고들에게 한 이 사건 시험에 관한 세계지리 과목에 대한 등급결정 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고(서울고등법원 2014. 10. 16. 선고 2014누40724 판결), 피고 평가원이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되었다.

(6) 교육부장관과 피고 평가원은 2014년 10월 31일 관련소송 항소심판결을 수용하고 피해 응시생들을 구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였다. 피고 평가원은 세계지리 성적을 다시 산정하여 발표하였고, 교육부장관은 다시 산정된 세계지리 성적이 반영된 이 사건 시험 성적과 등급에 따라 응시생들이 대학에 추가합격할 수 있도록 구제조치를 하였다.

2. 쟁점

대상판결의 주된 쟁점은 (1) 어떠한 행정처분이 항고소송에서 취소된 경우, 그 기판력으로 곧바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 (2) 법령에 따라 국가가 시행과 관리를 담당하는 시험에서 시험문항의 출제나 정답결정에 대한 오류 등의 위법을 이유로 시험출제에 관여한 공무원이나 시험위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따른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및 판단 기준이다. 요컨대 항고소송에서의 위법과 국가배상에서의 위법 개념이 같은가, 다른가, 기판력이 미치는가, 미치지 않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3. 대상판결

대상판결은 먼저 “어떠한 행정처분이 항고소송에서 취소되었다고 할지라도 그 기판력으로 곧바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는 없고,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라고 하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공무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고 그로 말미암아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으면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는지는 침해행위가 되는 행정처분의 양태와 목적, 피해자의 관여 여부와 정도, 침해된 ”고 판시하여, 항고소송의 기판력이 국가배상에 미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확인함과 동시에, 국가시험에서 정답 결정 오류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법령에 따라 국가가 시행과 관리를 담당하는 시험에서 시험문항의 출제나 정답결정에 대한 오류 등의 위법을 이유로 시험출제에 관여한 공무원이나 시험위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따른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해당 시험이 응시자에 대하여 일정한 수준을 갖추었는지를 평가하여 특정한 자격을 부여하는 사회적 제도로서 공익성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 국가기관이나 소속 공무원이 시험문제의 출제, 정답결정 등의 결정을 위하여 외부의 전문 시험위원을 법령에서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적정하게 위촉하였는지 여부, 위촉된 시험위원들이 최대한 주관적 판단의 여지를 배제하고 객관적 입장에서 해당 과목의 시험을 출제하였으며 시험위원들 사이에 출제된 문제와 정답의 결정과정에 다른 의견은 없었는지 여부, 시험문항의 출제나 정답결정에 대한 오류가 사후적으로 정정되었고 응시자들에게 국가기관이나 소속 공무원이 그에 따른 적절한 구제조치를 하였는지 여부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시험출제에 관여한 공무원이나 시험위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시험문항의 출제나 정답결정에 대한 오류 등에 따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판단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리고 이 사건은 “피고 평가원이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②번으로 정하고 이 사건 시험 응시자들의 성적과 등급을 결정한 행위는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만큼 객관적 정당성을 잃은 위법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대학이 학생을 선발하는 입학전형 자료로 활용하기 위하여 시행하는 시험으로, 응시자가 대학교육에 필요한 수학능력을 갖추었는지, 정상적인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수행하였는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을 바탕으로 사고력을 측정한다(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5다66770 판결 참조).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대학의 학생선발 방법이나 고등학교 공교육제도와 밀접하게 관련된 공익성을 갖는 제도로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성적과 등급을 결정하는 이 사건 처분은 응시생 개인의 이익뿐만 아니라 사회적 공익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에 출제나 정답결정에 관한 오류가 있다면 이러한 오류가 응시자 개인에 대한 영향뿐만 아니라 공익성에도 영향을 미쳤는지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 2)피고 평가원은 이 사건 시험 이의제기 기간에 이 사건 문제에 관하여 이의가 제기되자 피고 평가원은 2013. 11. 13. 외부 전문가 6명을 포함함 17명의 위원이 참석한 이의심사실무위원회를 개최하였다. 위 실무위원회에서 16명이 이 사건 문제의 정답에 이상이 없다는 의견을, 1명이 이 사건 지문이 잘못되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고, 이의심사실무위원회는 이 사건 문제의 정답에 이상이 없다고 결정하였다. 이후 피고 평가원은 한국경제지리학회와 한국지리환경교육학회에 자문 요청을 하였고, 한국경제지리학회와 한국지리환경교육학회는 이 사건 문제의 정답에 이상이 없다.’는 내용의 답변을 보냈다. 피고 평가원은 2013. 11. 18. 이의심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이 사건 문제의 정답에 이상이 없다고 결정하였다. 3)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되기 전에 관련소송 항소심에서 이 사건 처분을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 취소한다는 판결이 선고되자 교육부와 피고 평가원은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여 상고를 포기하고 곧바로 응시자들의 구제절차를 진행하였다. 피고 평가원은 2014. 11. 20. 세계지리 성적을 다시 산정하여 결과를 발표하였고, 교육부는 이를 바탕으로 2014학년도 대학 입학전형 결과를 다시 산출하여 지원 대학에 합격할 수 있게 된 응시자 633명에 대해 추가합격이 될 수 있도록 조치하였다. 응시자 중 이미 다른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추가합격이 되면 2015학년도 입학이나 편입학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편입학을 선택한 학생들에게는 이전 학교에서 이수한 학점을 가능한 범위에서 인정하도록 하였다. 이 사건의 원고 및 선정자들 일부도 추가합격이 인정된 대학에 입학 또는 편입학하였다.”

4. 검토

가. 위법 개념 동일성의 문제

위법의 개념과 관련하여 취소소송에서의 위법의 개념과 국가배상에서의 위법의 개념을 같은 것으로 볼지, 아니면 국가배상에서의 위법 개념이 취소소송에서의 위법 개념보다 넓다고 볼지에 관한 문제이다. 특히 이 문제는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이 확정된 후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경우 취소소송에서의 판결의 기판력이 후소인 국가배상소송에 그대로 미치는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나. 학설

(1) 먼저 ‘기판력부정설’은 취소송에서의 위법과 국가배상에서의 위법은 서로 다른 개념이므로 취소소송에서의 판결의 기판력은 국가배상소송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견해인데, 우리 대법원은 “어떠한 행정처분이 후에 항고소송에서 취소되었다고 할지라도 그 기판력에 의하여 당해 행정처분이 곧바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하므로, 판례는 기판력 부정설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 대상판결 역시 같은 입장이다.

(2) 반면 협의의 행위위법설 입장에서 취소소송에서의 위법과 국가배상에서의 위법은 동일하므로 취소소송 판결의 기판력은 국가배상소송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기판력긍정설’, 취소소송에서의 인용판결의 기판력은 국가배상소송에 영향을 미치지만 기각판결의 기판력은 미치지 않는다고 보는 소위 ‘제한적 긍정설’도 학설로 논의되고 있다.

다. 검토

물론 취소소송의 객관소송 성격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우선 취소소송은 주관소송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전제할 때, 처분의 객관적인 위법성뿐만 아니라 당해 처분이 위법하여 본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당사자의 법적 주장을 다투는 것으로 이해하면, 취소소송과 국가배상에서의 위법 개념이 동일한 지 아닌지에 관계없이 취소소송의 인용판결은 국가배상소송에 영향을 미치지만 기각판결을 미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 바, 이론상으로는 제한적 긍정설의 견해가 타당하다고 사료된다. 따라서 취소소송의 기판력이 국가배상소송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는 듯한 판례의 일관된 견해보다는, 적어도 취소소송의 인용판결의 기판력은 미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출처 : 법조신문(http://news.koreanba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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