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0. 5. 21. 선고 2017다220744 전원합의체 판결 -
1. 사실관계
1) 이 사건 건물은 지하 4층, 지상 9층의 상가건물로서 집합건물이다.
2) 원고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에 따라 이 사건 건물의 구분소유자 전원을 구성원으로 하여 설립된 관리단이다. 피고는 이 사건 건물 1층의 일부 호실(이하 ‘이 사건 상가’)을 매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다음 골프연습장을 운영하고 있다.
3) 피고는 이 사건 건물 1층의 복도와 로비(이하 ‘이 사건 복도와 로비’)에 골프연습장의 부대시설로 퍼팅연습시설, 카운터, 간이자판기 등 시설물을 설치해 사용하였다.
4) 원고의 규약에 따르면, 특정 구분소유자나 제3자에게 일정액의 사용료를 징수하고 일정 기간 공용부분을 전용(專用)으로 사용하게 할 수 있으며, 공용부분의 전용사용에 대한 사용료나 임대료 수익금을 원고의 운영경비 등으로 사용하고 그 잔여 부분은 각 구분소유자에게 지분비율대로 배당할 수 있다.
5)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복도와 로비를 전유부분처럼 이용하는 것이 규약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그 이용을 중단하도록 요구하였으나 피고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였다.
2.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구분소유자가 집합건물의 공용부분을 정당한 권한 없이 배타적으로 점유·사용한 경우 민법 제741조에 따른 부당이득이 성립하는지 여부이다.
3. 기존 대법원의 입장 및 항소심 법원의 판단
기존까지 대법원은 집합건물의 복도, 계단 등과 같은 공용부분은 구조상 이를 점포로 사용하는 등 별개의 용도로 사용하거나 그와 같은 목적으로 임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분소유자 중 일부나 제3자가 정당한 권원 없이 이를 점유·사용하였더라도 이로 인하여 다른 구분소유자에게 차임 상당의 이익을 상실하는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부당이득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5. 11. 26. 선고 2014다31684 판결, 대법원 2018. 12. 28. 선고 2018다260138 판결 등).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에 따라 항소심은, 이 사건 복도와 로비가 구조상 이를 점포로 사용하는 등 별개의 용도로 사용하거나 그와 같은 목적으로 임대할 수 있는 대상이라 볼 수 없어 원고의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배척하였다.
4. 본 대법원의 판단
이러한 원심 판단에 대해 대법원은 기존 대법원의 입장을 변경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다시 재판하도록 하였다. 구체적인 판시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물건의 소유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그 물건에 관한 모든 이익을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 소유권의 내용으로서 민법 제211조에서 정한 ‘사용·수익·처분’의 이익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각 공유자는 전원의 공유에 속하는 공용부분을 그 용도에 따라 사용할 수 있고(제11조), 규약에 달리 정한 바가 없으면 그 지분비율에 따라 공용부분에서 생기는 이익을 취득한다(제17조).
② 구분소유자 중 일부가 정당한 권원 없이 집합건물의 복도, 계단 등과 같은 공용부분을 배타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다른 구분소유자들은 해당 공용부분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불이익을 입게 된다. 즉 다른 구분소유자들의 해당 공용부분에 대한 사용권이 침해되는 것이다.
③ 구분소유자 중 일부가 정당한 권원 없이 공용부분을 배타적으로 점유·사용한 경우 해당 공용부분이 구조상 별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지 여부나 다른 목적으로 임대할 수 있는 대상인지 여부는 부당이득반환 의무의 성립 여부를 좌우하는 요소가 아니다.
④ 일반적으로 부동산의 무단 점유·사용에 대하여 차임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보는 이유는 해당 부동산의 점유·사용으로 인한 이익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때 그 부동산 사용에 관한 권리가 당사자 간 합의로 설정된다고 가정하였을 경우 약정되었을 대가로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지, 해당 부동산이 임대 가능한 부동산일 것을 요건으로 하기 때문이 아니다. 이렇듯 ‘차임 상당액’은 부동산의 무단점유·사용으로 얻은 부당이득을 금전적으로 평가하는 데 필요한 기준일 뿐이다.
5. 대상 판결의 평석 및 검토
대상 판결이 있기 전 대법원은 집합건물의 복도, 계단 등과 같은 공용부분은 구조상 이를 점포 등 별개의 용도로 사용하거나 그와 같은 목적으로 임대할 수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분소유자 중 일부나 제3자가 정당한 권원 없이 이를 사용하더라도 이로 인해 다른 구분소유자에게 차임 상당의 이익이 상실되는 손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판시해왔다. 어차피 누구에게도 사용하게 할 수 없는 성질의 목적물이라면, 배타적으로 공용부분을 사용하고 있는 자를 상대로 인도 내지 철거청구로 원상회복을 구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다른 구분소유자들에게 차임 상당의 손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상 판결은 이러한 기존 판례를 변경하였다.
대상 판결은 부당이득반환범위의 요건을 변경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종전까지 대법원은 법률상 원인 없이, 권리자가 손해를 입고, 이익자가 이익을 취하는 외에, 권리자가 객관적으로 이익을 얻을 개연성이 있는지도 부당이득 반환청구의 요건으로 포섭하여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상 판결은 권리자가 객관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는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요건이라 볼 수 없다고 정리하였다. 이로써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요건이 명확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상대가 반환해야 하는 부당이득의 범위는 얼마일까? 다수의견은 그 구체적인 방법까지 설시하지는 않았으나 다수의견을 보충한 이기택 대법관은 부당이득반환의 산정범위에 관하여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 내용은 ‘기본적으로 부당이득반환범위의 산정은 사실심의 사실인정과 가치평가에 속하는 문제이다. 다만 법원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① 부당이득액을 계산할 때 복도와 로비에 대한 부당이득액 전부를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의 지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외할 필요는 없다. ② 재판 실무상 복도와 로비의 무단 점유로 인한 부당이득액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차임 상당액을 평가하여 산정하는 방법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③ 다만 공용부분이라는 이유로 전유부분에 비하여 일률적으로 더 낮은 값이 책정되어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전유부분이 공용부분보다 항상 더 높은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설시가 하급심 법원의 판단에 일응 기준이 될 것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골프연습장의 부대시설로 퍼팅 연습장 등을 복도, 로비 등에 설치하였다. 피고는 자신이 소유한 전유부분의 면적을 넘어 공용부분까지 본인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였으므로 이익을 얻은 자 임이 분명하다. 피고가 위 공용부분을 사용함으로 인해 다른 구분소유자들이 해당 복도 및 로비를 활용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다는 점도 인정된다. 다만 이러한 경우 실제 다른 구분소유자들이 어느 정도의 손해를 입었는지 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복도 로비 등 임대를 줄 수 없는 부분의 사용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용가치의 평가가 어렵다는 것이 곧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므로, 가치 평가의 어려움을 별론으로 하고 부당이득반환을 인정한 대상 판결은 합리적이라고 보인다. 문제는 실제 감정 평가가 어떻게 이루어져 사용가치를 평가할 것인가이다. 이에 대해서는 하급심판결의 실무례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출처 : 법조신문(http://news.koreanba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