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대장동 팀'에서 로비스트 역할을 담당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57) 씨가 법조계뿐 아니라 언론계에서도 광범위하게 금전을 매개로 '인맥'을 구축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장동 개발 사업의 추진 과정과 대장동 팀이 배당받은 2천억여원의 개발 수익이 대선 국면과 맞물려 논란이 될 때 여론전을 위한 '방패'를 준비한 게 아니었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화천대유는 언론사 출신 인사들을 고문 등으로 영입하고 고문료 또는 급여를 지급했다.
김씨가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 등 고위 법조인 여러 명과 맺은 화천대유 고문 계약과 닮은 꼴이다.
중앙 일간지에서 논설위원을 지낸 A씨는 연봉 1억2천만원에 화천대유 고문 계약을 했다. 2021년 6∼9월 4개월간 그가 받은 급여는 총 3천500여만원이었다.
경제 일간지 선임기자 출신인 B씨는 화천대유 홍보실장을 지내며 2019년 7월부터 27개월간 총 9천만원을 급여로 받았다.
민영 뉴스통신사 부국장이었던 C씨는 연봉 3천600만원에 화천대유 고문계약을 맺었고, 2021년 1∼8월 2천400만원을 받았다.
이들 모두 언론사를 퇴직하고 화천대유와 계약했다.
검찰은 이들이 회사에 출근하지도, 고문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도 않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화천대유에서 인사 실무를 맡았던 한 직원은 2021년 검찰 조사에서 "모두 김만배 회장과 기자 시절 선후배 관계로 친분 때문에 그가 고문으로 채용하라고 지시했다"며 "인간적으로 신세 진 분들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려고 지시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씨와 현직 기자 사이에서 오간 금전 거래가 '언론계 로비' 목적이었다는 의심도 불거졌다.
한겨레신문 부국장을 지낸 D씨는 2019∼2020년 김씨에게 6억원을 받았다. D씨는 아파트 분양금 명목으로 이 돈을 받았으며 이 중 2억원을 갚았다고 해명했다. 한겨레신문은 6일 이 사실을 인정하면서 사과문을 게재한 데 이어 9일 편집국장이 지휘·관리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D씨가 김씨에게 3억원을 더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된 터다.
중앙 일간지 간부 E씨는 2019년 김씨에게 9천만원을 받았고, 또 다른 중앙 일간지 간부 F씨는 2020년 1억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차용증을 쓴 정상적인 거래라고 해명했지만 검찰은 해당 대여약정서 등이 허위로 작성됐을 가능성 등을 살펴보고 있다.
대장동 민간사업자 정영학 씨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는 김씨가 기자들을 금품으로 관리한 정황이 등장한다.
2020년 3월분 녹취록에서 김씨는 "너(정영학) 완전히 지금 운이 좋은 거야. 수사 안 받지, 언론 안 타지. 비용 좀 늘면 어때. 기자들 분양도 받아주고 돈도 주고. 회사에다 줄 필요 없어. 기자한테 주면 돼"라고 말했다.
같은 해 7월 녹취록에서는 "걔네(기자)들은 현찰이 필요해. 걔네들한테 카톡으로 차용증을 받아. 그래서 차용증 무지 많아. 분양받아 준 것도 있어. 아파트"라고 언급했다.
2021년 1월에 녹취록에서 김씨는 대장동 아파트 준공이 늦어지는 점을 지적하며 "저게 만약에 준공이 늦어지면 이익이 얼마 남느냐고 지역신문이나 터지면 어떻게 해? 뭐로 막아. 지금까지 돈으로 막았는데"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어 "기자들 떠들어대면 어떻게 해. 지회(관리하는 신문사 모임 의미)도 떠들고. 무슨 수로 감당할래. 대선은 가까워지는데"라며 "준공한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 대선이라는 큰 산이 언덕 위에서 휘몰아치는 광풍을 누가 어떻게 감당해"라고 말했다.
남욱 씨는 2021년 검찰 조사에서 "(김씨가) 기자들하고 골프를 칠 때마다 기자들에게 100만원씩 주고 쳤다고 했다"며 "기자들(상대로) 로비를 했기 때문에 대장동 기사를 모두 막을 수 있었다. 이번 사건도 쏟아지는 기사를 막지 못했기 때문에 일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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