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1다230083호, 2021다230090호 판결 및 2011. 12. 8. 선고 2020다66644 판결 -
1. 사안의 개요 및 인정사실
대상 판결은 피상속인이 생전에 배우자인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를 증여하여 이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 2018년 4월 24일 상속인으로 피고, 자녀들인 원고들과 소외인을 두고 사망하였다.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하여 유류분 청구의 소를 제기하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는 피상속인이 72세 남짓이던 1984년 6월경부터 107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34년 동안 제주에서 피상속인과 동거하고 피상속인을 부양한 사실, 위 동안 피고는 피상속인의 치료비로 약 1억 2000만 원을 지출한 사실, 원고들은 피고가 피상속인을 부양하는 동안 제주를 떠나 생활하면서 피상속인과 교류를 사실상 단절하며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사실, 피고는 자신의 부(父)가 1963년경 약 45만 원의 보증채무를 부담하게 되어 배우자인 피상속인과 갈등이 심각해지자 1968년경 약 7년 간 교사로 재직하면서 저축한 돈으로 위 보증채무 약 45만 원을 대신 변제한 사실, 피상속인이 2005년 12월경 피고와 소외인에게 ‘피고가 과거 부친의 채무를 대신 갚아 준 것을 돌려주지 못한 것이 평생의 한이 되었다. 피고에게 진 빚을 갚는 대신 이 사건 토지를 주겠다’고 말하였고, 소외인에게 ‘이 사건 토지를 피고에게만 주는 것을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고 조금도 이의를 갖지 말라’”고 당부한 사실을 각 인정하였다.
2. 대상 판결의 요지
대상 판결은 “민법 제1118조에 따라 준용되는 민법 제1008조는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특별수익자가 있는 경우에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공평을 기하기 위하여 그 수증재산을 상속분의 선급으로 다루어 구체적인 상속분을 산정하는 데 참작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대법원 95다17885 판결 등), 어떠한 생전 증여가 특별수익에 해당하는지는 피상속인의 생전의 자산, 수입, 생활수준, 가정상황 등을 참작하고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형평을 고려하여 당해 생전 증여가 장차 상속인으로 될 자에게 돌아갈 상속재산 중 그의 몫의 일부를 미리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에 의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다66644 판결 등)라는 거시 법리에 의거하여, 피상속인으로부터 생전 증여를 받은 상속인이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였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하였고, 피상속인의 생전 증여에 상속인의 위와 같은 특별한 부양 내지 기여에 대한 대가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와 같이 상속인이 증여받은 재산을 상속분의 선급으로 취급한다면 오히려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인 형평을 해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한도 내에서 생전 증여를 특별수익에서 제외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또한 대상판결은 “피상속인이 한 생전 증여에 상속인의 특별한 부양 내지 기여에 대한 대가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는 당사자들의 의사에 따라 판단하되 그 의사가 불명한 경우에는 피상속인과 상속인 사이의 개인적인 유대관계, 상속인의 특별한 부양 내지 기여의 구체적 내용과 정도, 생전 증여 목적물의 종류 및 가액과 상속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율, 생전 증여 당시의 피상속인과 상속인의 자산, 수입, 생활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사회일반의 상식과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 각 인정사실에 따라 피고의 피상속인에 대한 기여나 부양의 정도와 피상속인의 의사 등을 고려할 때 피상속인이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를 증여한 것은 피고의 특별한 기여나 부양에 대한 대가의 의미로 봄이 타당하고, 이러한 경우 피고가 증여받은 이 사건 토지를 상속분의 선급으로 취급한다면 오히려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인 형평을 해치는 결과가 초래되므로 이 사건 토지는 피고의 특별수익이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하였다.
3. 문제 제기
대상판결을 분설하면 생전 증여를 받은 상속인이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였거 또는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 내지 증가에 특별히 기여하고, 위 증여재산을 상속분의 선급으로 취급한다면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인 형평을 해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 경우에는 증여재산을 특별수익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이론적 근거와 관련한 아래의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
첫째, 민법 제1113조 제1항이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상속개시시에 있어서 가진 재산의 가액에 증여재산의 가액을 가산하고 채무의 전액을 공제하여 이를 산정한다”와 민법 제1008조가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자가 있는 경우에 그 수증재산이 자기의 상속분에 달하지 못한 때에는 그 부족한 부분의 한도에서 상속분이 있다”라고 각 규정하고 있어 위 문언들에 의하면 피상속인으로부터 생전에 증여받은 재산은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에 엄연히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문언해석 상 타당해 보인다. 따라서 위 문언의 범위를 넘는 해석을 하기 위하여는 보다 명확한 법적·이론적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둘째, 민법 제1008조의 2는 “공동상속인 중에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가 있을 때”에는 그 공동상속인에게 별도의 기여분을 인정하는바, 공교롭게도 대상판결은 생전 증여가 특별수익에서 제외될 수 있는 요건과 위 기여분 요건을 동일하게 구성하고 있어 특별 부양자나 특별 기여자가 기여분 및 유류분산정에 있어서 이중의 수혜를 누리거나 또는 기여분 제도를 무력화할 여지가 있다.
셋째, 대상판결이 민법 제1008조의 적용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구체적 타당성에 부합하도록 판단한 대목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으나, ‘상속인의 특별한 부양 내지 기여에 대한 대가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증여 재산을 상속분의 선급으로 취급한다면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인 형평을 해치는 결과가 초래할 경우’라는 판단 기준이 다소 추상적일 뿐만 아니라 적용범위가 모호하여 자칫하면 다른 상속인의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와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를 보장하기 어려운 결과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
넷째, 대법원 2010다66644 판결례에서는 “생전 증여를 받은 상속인이 배우자로서 일생 동안 피상속인의 반려가 되어 그와 함께 가정공동체를 형성하고 이를 토대로 서로 헌신하며 가족의 경제적 기반인 재산을 획득·유지하고 자녀들에게 양육과 지원을 계속해 온 경우, 생전 증여에는 위와 같은 배우자의 기여나 노력에 대한 보상 내지 평가, 실질적 공동재산의 청산, 배우자 여생에 대한 부양의무 이행 등의 의미도 함께 담겨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그러한 한도 내에서는 생전 증여를 특별수익에서 제외하더라도 자녀인 공동상속인들과의 관계에서 공평을 해친다고 말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면서 생전 증여가 특별수익에서 제외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로서 ‘배우자의 기여나 노력에 대한 보상 내지 평가’ ‘실질적 공동재산의 청산’ ‘배우자의 여생에 대한 부양의무 이행’과 ‘공평의 원칙’을 적시하였다.
그러나 위 ‘배우자의 기여나 노력에 대한 보상 내지 평가’라는 근거는 민법의 기여분 제도를 통하여 해결되어야 하고, ‘실질적 공동재산의 청산’ 및 ‘배우자 여생에 대한 부양의무 이행 의무’라는 근거는 다른 상속인들에게도 여전히 적용되어야 할 대목이거나 또는 배우자 등에 대한 상속분 내지 유류분 비율의 조정을 통하여 규제되어야 하므로 이를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 포함 여부에 직접 연관하는 것은 다소 조심스럽다.또한 ‘공평의 원칙’은 성문법제를 취하는 현행 민법의 적용에 있어 필요·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예외·보충적이어야 하고, 법원에게 위 원칙의 적용에 대한 일반적 수권을 부여한 것이 아니므로 증여재산을 특별수익에서 제외할 직접적인 근거로 보기 어렵다.
위와 같이 대상판결은 민법 제1113조 및 제1118조 문언의 한도를 넘는 해석이거나 또는 유류분과 기여분 적용의 상충 여지가 있고, 생전 증여가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의 이론적 근거가 불명하여 법적 안정성을 해할 여지가 있다.
4. 결어
대상판결이 공평의 원칙에 따라 구체적 타당성과 정의 관념에 부합한 결론을 도출하고 있어 타당하다. 그러나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의 가늠에 있어 생전 증여재산을 특별수익에서 제외할 경우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보완하거나 집적된 판례의 유형화 작업 등을 통하여 법적 안정성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출처 : 법조신문(http://news.koreanba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