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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명 박봉석
소속 법무법인 지혜로

- 대법원 2021. 12. 23. 2018스5 전원합의체 결정 -

 

1. 사실관계

사건본인의 친생모는 사건본인의 친생부와 사이에 사건본인을 임신하였고, 2014년 10월 15일 혼인신고 후 사건본인을 낳았다. 사건본인이 생후 7개월이 되었을 무렵 친생모는 사건본인을 자신의 부모의 집에 두고 갔고, 그때부터 친생모의 부모(사건본인의 외조부모)가 사건본인을 양육하였다. 친생모와 친생부는 2015년 9월 18일 협의이혼하였다.

사건본인의 외조부모들은 사건본인에 대한 입양에 대한 허가를 청구하면서, 사건본인의 친생부모와 교류가 없고 사건본인이 외조부모를 부모로 알고 성장하였으며 가족이나 친척, 주변사람들도 외조부모를 사건본인의 부모로 대하고 있다고 주장하였고, 사건본인의 친생부모 또한 외조부모들의 입양에 동의하였다.

2. 소송 진행 경과

(1) 원심

제1심과 제2심은 사건본인의 친생모가 생존하고 있는 이 사건에서 외조부모들이 사건본인을 입양하면 외조부모들이 외조부모이자 부모가 되고, 친생모는 어머니이자 누나가 되는 등 가족의 내부질서와 친족관계에 중대한 혼란이 초래될 것이 분명하다는 이유로 외조부모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또한 원심은 ① 현재 상태에서 외조부모가 사건본인을 양육하는 데 어떠한 제약이나 어려움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② 설령 사건본인의 양육에 법률상·사실상의 장애가 있더라도 미성년후견을 통해 그 장애를 제거할 수 있으며 ③ 장래 사건본인이 진실을 알게 되어 받을 충격 등을 고려하면 신분관계를 숨기기보다 정확히 알리는 것이 사건본인에게 이롭다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청구를 기각하였다.

(2) 대법원

대법원(대법원 2021. 12. 23.자 2018스5 전원합의체 결정) 결정의 다수의견은 사건본인의 친생모가 생존하고 있다고 해서 그 부모인 재항고인들(외조부모)이 사건본인을 입양하는 것을 불허할 이유가 될 수 없고,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을 양육하는 데 지장이 없다는 이유로 양친자 관계를 맺으려는 의사를 부정할 수도 없으며, 외조부모의 입양이 사건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사항과 우려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심리하고 둘을 비교·형량하여 이 사건 입양이 사건본인의 복리에 더 이익이 되는지 혹은 사건본인의 복리에 반하는 지를 판단하였어야 하는데, 원심은 이러한 점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채 재항고인들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므로, 제1심 결정을 유지한 원심판단에는 법률 위반의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이에 대해 반대의견은, 다수의견과 일부 견해를 같이하면서도, 조부모의 미성년 손자녀에 대한 입양허가 요건을 제3자의 일반입양 요건에 비하여 엄격히 판단한 가정법원의 실무 태도 및 이에 따른 원심의 결론까지 부당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원심이 재항고인들의 입양허가 청구를 기각한 1심 결정을 유지한 것에는 잘못이 없으므로 재항고는 모두 기각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민법은 입양의 요건으로 동의와 허가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을 뿐,

존속을 제외한 혈족 입양을 금지하고 있지 않아

 

3. 평석

(1) 민법에서 정하고 있는 입양의 요건

입양은 일반적으로 출생에 의해 부모·자녀 관계가 성립하는 것과 달리, 법률에 정한 절차를 따라 원래는 부모·자녀 관계가 아닌 사람 사이에 관계를 형성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입양과 관련하여, 민법 제867조 제1항은 ‘미성년자를 입양하려는 사람은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동조 제2항은 ‘가정법원은 양자가 될 미성년자의 복리를 위하여 그 양육 상황, 입양의 동기, 양부모의 양육능력,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입양의 허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민법 제877조는 ‘존속 또는 연장자는 이를 양자로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여 일부 입양 대상을 제한하고 있으나, 그 외에 특별한 법률적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다.

즉, 민법은 입양의 요건으로 동의와 허가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존속을 제외하고는 혈족의 입양을 금지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민법의 태도에 비추어 보았을 때, 조부모 또는 외조부모가 손자녀를 입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볼 이유는 없다 할 것이다.

(2) 혈족 입양과 관련한 비교법적 고찰

캘리포니아 주를 비롯하여 미국의 많은 주들은 이른바 ‘사실상 부모’ 또는 ‘다수 부모 가족 제도’를 인정하면서, 부모가 아닌 혈족의 입양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미국법은 조부모를 포함한 친족에게 입양 우선권을 주거나 간이하게 입양할 수 있도록 절차적 특례를 인정하는 등 혈족의 입양을 권장하는 편이다.

즉, 자녀의 법적 부모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꾸준히 애정을 가지고 아동을 보살핀 제3자가 있다고 한다면, 그 제3자와 아동의 유대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제3자에게 사실상 부모의 지위를 인정하여 주는 것이 바로 ‘사실상 부모’ 제도라 할 것이다. 미국의 많은 주들은 무엇보다 아동의 복리에 초점을 맞추어 사실상 부모를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민법의 경우 부모가 생존하고 있을 때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후견인을 선임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후견인을 선임한 경우에도 후견인에게 부모와 같은 지위를 인정해주고 있지 않다. 이러한 민법의 태도를 고려하면, 입양 요건을 갖춘 조부모의 경우 후견인으로 선임하는 것보다는 입양을 허가하여 주는 것이 자녀의 복리에 더욱 부합할 것으로 생각된다.

(3) 조부모가 자녀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경우 입양에 대한 판단 기준과 고려요소

대법원은 조부모의 입양허가 청구 사건에서 심리할 사항은 ① 입양의 의사와 목적 ② 친생부모의 입양 동의 ③ 입양되는 자녀의 의견 청취 ④ 친족관계 혼란 문제 ⑤ 입양의 후견 관계 등이라고 판시하였다.

특히 종래에는 조부모가 손자녀를 입양하는 경우 조부모와 양부모의 지위가 중첩되고, 친생부모는 자녀의 부모이자 형제가 되는 등 가족 내부 질서나 친족관계에 중대한 혼란이 초래될 수 있고, 자녀의 정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조부모의 입양을 불허한 실무례가 많았기 때문에 이 사건에서도 위 심리 사항 중 ④ 친족관계 혼란 문제가 하나의 쟁점이 되었다.

입양이 이루어져도 입양 전의 친족관계는 여전히 존속하므로, 친생부모와 자녀는 여전히 친자관계를 유지한다. 따라서 조부모가 손자녀를 입양하게 되면 조부모의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친생부모와 자녀가 형제관계인 것처럼 기재되고, 친생부모의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조부모와 자녀가 조손관계로 보이는 등 입양 관계가 실체에 맞게 공시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녀의 복리’를 우선시 해야 하는 입양 관계에서 단지 가족관계증명서의 공시가 실체와 불일치한다는 이유로 입양을 불허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할 것이다. 이와 같은 혼란의 경우 조부모 입양과 관련하여 가족관계증명서 기재방법의 경우 별도의 표시를 하는 등으로 충분히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는 바, 조부모의 입양을 허가할지 여부는 민법에 따른 실체법적 판단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 판례의 다수의견 또한 이러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4) 대상판결의 의의

조부모의 입양을 허가하게 되면, 가족의 내부질서와 친족관계에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조부모가 입양을 하지 않더라도 자녀를 양육할 수도 있고, 미성년후견을 통해 양육에 장애가 되는 사항을 제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부모가 손자녀의 입양허가를 청구할 정도의 상황이라면 친생부모가 사실상 부모 역할을 하기 어려워졌다고 보아야 하고, 자녀와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는 유일한 가족이 조부모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부모가 손자녀를 입양하더라도 가족의 내부질서와 친족관계에 큰 혼란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고, 그 혼란 또한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충분히 정리가 될 것이다.

또한, 조부모가 입양을 하지 않고 사실상 손자녀를 양육하게 되면 수술, 유학 등 부모의 동의나 허락이 필요한 행위를 할 때 법률상·사실상 장애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미성년후견의 경우 후견인에게 부모의 지위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없으며, 결국 입양을 허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으로 보인다.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무엇보다 ‘자녀의 복리’에 초점을 맞추어 조부모의 입양허가에 대해 검토하였고, 이에 조부모의 입양이 손자녀에게 도움이 되는 사항과 우려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심리하여 자녀의 복리에 더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이러한 대상판결의 결론은 전통적인 가족관념이 붕괴하고 다변화된 가족관계의 현실을 고려하였을 때 적절하다고 판단되며, 다만 조부모가 손자녀를 입양하는 경우 가사조사나 심문 등을 통해 입양 요건을 보다 엄격히 심사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출처 : 법조신문(http://news.koreanba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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