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1997. 10. 27. 97마2269결정 -
1. 대상판결 사실관계 및 판결 요지
(1) 사실관계
채권자는 개혁신학원의 이사장인 채무자에게 해임을 청구하는 권리를 피보전권리로하여 채무자의 직무집행정지와 직무대행자선임의 가처분을 청구하였다. 한편 채권자는 채무자를 상대로 이사들의 불법 선임, 파행적인 학교 경영, 부당한 학사행정 간여, 정관의 불법 변조, 교단의 분열 촉진, 건축헌금의 용도 외 지출 등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해임청구의 소송을 제기하였다.
(2) 판결의 요지
법원은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직무집행정지가처분에 대하여 ① 해임을 청구하는 소송은 형성의 소에 해당하는 바 이를 허용하는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인용될 수 없고, ② 피보전권리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의 경우 피보전권리가 존재할 경우에만 인용될 수 있으므로, 본 사안과같이 법률규정이 부존재하여 해임청구의 소가 인용될 수 없는 경우 피보전권리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채권자의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은 부적법한 것으로 판단해 채권자의 신청을 기각하였다.
(3) 법적 쟁점
이처럼 본 사안의 법적 쟁점은 ① 해임청구의 소와 같은 형성의 소는 법적 근거가 있어야만 청구가 가능한지 여부, ②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의 경우 형성적 효력이 존재하는지 여부, ③ 본 사안의 적용법률인 사립학교법과 기타 법률인 상법 및 민법의 경우 형성의 소와 관련된 규정이 존재하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비교 검토하기로 한다.
2. 법적 검토
(1) 형성의 소의 법적 성격
예컨대 상법 제385조와 같이 이사가 직무에 관하여 부정행위 또는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한 중대한 사실이 있을 때, 발행주식의 총수의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이사의 해임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 즉 소를 제기하여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 법률관계를 변동시킬 수 있는 권리를 일컬어 형성의 소라 한다.
(2) 임원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법적 성격
판결의 효력은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당사자 사이에만 효력이 미치도록 되어있으나 예외적으로 상법 제385조와 같이 대세적 효력이 인정되어 소송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도 미치도록 하고 있다.
동일하게 직무집행정지가처분도 대세적 효력이 인정하여 그 효력은 제3자에게도 미치므로 고 직무집행정지 가처분결정에 의해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정지된 대표이사가 그 정지기간 중에 체결한 계약은 절대적으로 무효로 본다. 따라서 법률에 해임청구권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형성의 소의 성질상 허용될 수 없고, 그 해임청구의 소를 본안으로 하는 직무집행정지가처분도 당연히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 판결의 논리다.
3. 상법의 이사해임청구권의 유추 적용여부에 대한 판결의 태도
1) 상법 유추적용 긍정설
대표자 등의 직무상 과오나 부정의 정도가 중대하여 단체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여 구성원에게 현저한 손해가 발생한 우려가 있음에도 단체의 정관 등에 대표자의 직무를 정지하거나 해임할 수 있는 절차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등에는 이사에 대한 해임청구권을 인정한 상법 제385조 제2항을 유추적용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서울동부지법 2000카합1702 결정). 또한 조합의 정관이 대의원회의 의결을 거쳐 조합원투표로 조합장에 대한 해임을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경우상법 제385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이사에 대한 해임청구권을 인정했다(광주지법 2004가합3668 판결).
2) 상법 유추적용 부정설
부산시개인택시여객운송조합의 조합원 개인이 그 조합의 이사장의 해임을 구하는 소는 기존의 법률관계의 변동을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형성의 소로서, 법률에 명문의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는 바 비영리법인인 위 조합에 상법 제385조 제2항이 규정한 소수주주인 이사해임청구의 소를 준용하기는 어려우므로 위 소는 권리보호요건을 결한 것이라고 보아 기각했다(부산고법 92나3625 판결).
같은 맥락에서 학교법인이 소속 학교의 장을 상대로 그 해임을 청구하는 소는 기존 법률관계의 변경·형성의 효과를 발생함을 목적으로 하는 형성의 소로서 이러한 형성의 소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고, 만약 이를 허용하는 법적 근거가 없는 경우에는 이러한 해임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선임의 가처분을 기각했다(대법원 97마2269 결정).
4. 결론
사립학교법은 이사장 혹은 이사의 해임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기존의 법이론에 의하면 형성권에 속하는 해임청구의 소를 피보전권리로 하는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은 기각되는 것이 타당하다.
대법원은 주식회사 이사의 직무집행을 정지하고 직무대행자를 선임하는 가처분은 성질상 당사자 사이뿐만 아니라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효력이 미치므로 가처분에 반하여 이루어진 행위는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무효라고 본다(대법원 91다4355 판결). 또한 민법상 법인이나 법인 아닌 사단 또는 재단 대표자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선임의 효력에 따라 직무대행자만이 적법하게 단체를 대표할 수 있다고 본다(대법원 95다31348 판결). 이처럼 대법원의 판례가 견해가 직무집행정지가처분에 관한 대세적 효력을 확고한 법리로 정착시킨 것을 고려해 볼 때 사립학교법인의 경우에도 직무집행정지가처분신청의 법적 성격도 동일하게 대세적 효력을 갖고 있어서 임원의 직무정지처분의 효력은 학교법인 전체와 학교법인과 계약을 체결하는 외부기관에 모두 미치게 된다.
한편 사립학교법 제19조 제1항에 따라 “학교법인을 대표하고 이 법과 정관에 규정된 직무를 수행하며 그 밖에 학교법인 내부의 사무를 총괄하는” 중책을 맡고 있는 이사장의 직무가 정지되는 처분은 학교법인 전체의 존망을 좌우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신중을 기하여 할 사안인 점에서도 대세적 효력이 미치는 이사장의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의 경우 해임청구의 소에 관한 사립학교법의 규정이 부재하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신청을 기타의 사정을 이유를 들어 인용하는 것은 가처분의 성격에 반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별히 사립학교의 분쟁의 내면을 살펴보면 이사들간의 여러 가지 다툼에서 기인한 내부분쟁의 성격을 가진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해임청구의 소를 명문상으로 규정해두지 않은 상황에서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을 인정하게 된다면 내부분쟁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상법 제385조 제2항을 살펴보더라도 이사의 직무에 관한 부정행위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사실이 있을 때 곧바로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주가 해임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위반자인 이사의 해임의결을 주주총회에서 거친 후에 진행하도록 한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도 기타 법률에서 이사의 해임청구의 소를 규정해두지 않은 상황에서 곧바로 이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훼손하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사안의 경우 채권자들이 이사장의 해임사유로 꼽고 있는 것은 “이사들의 불법 선임, 파행적인 학교 경영, 부당한 학사행정 간여, 정관의 불법 변조, 교단의 분열 촉진, 건축헌금의 용도 외 지출 등의 불법행위”라 하고 있으나 이 또한 채권자들의 자의적인 판단에서 기인한 바가 크기 때문에 섣불리 당사자간에 해결할 사안을 법원이 개입하여 직무정지를 강제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립학교법 상 이사들의 해임에 관한 사항은 정관(민법 제40조 제5호)와 이사회(사립학교법 제16조 제1항 제4호)를 근거로 이사회의 소집을 통해 정관에 위반된 이사의 면직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해임청구의 소를 명문화하지 않은 사립학교법의 적용을 받는 이사의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을 법원의 결정을 통해 획득할 실익도 없어 보인다. 따라서 형성의 소는 법률에 명문의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제기할 수 있는데, 사립학교법 상 이사장 및 이사가 학교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법행위 및 정관위배행위 등을 하였다는 이유로 그 해임을 청구하는 소송은 형성의 소에 해당하는데, 이를 제기할 수 있는 법률 규정이 없는 법적 상황에서는 학교법인 이사장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허용하지 않은 대상판결의 입장을 지지한다.
출처 : 법조신문(http://news.koreanba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