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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보이스피싱 범죄에서 방조범에게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

by 이원우연구원 posted Jan 1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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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명 박봉석
소속 법률사무소 지혜로

- 대법원 2021. 5. 13. 선고 2021도3320 판결·춘천지방법원 2021. 2. 10. 선고 2020노862 판결 -

 

Ⅰ. 사실관계

피고인 A는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이하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피해자들로부터 금원을 편취할 때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건네받아 성명불상자가 지시하는 은행의 계좌로 입금하여 주는 등 그 범행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성명불상자의 사기 범행을 방조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Ⅱ. 소송 진행 경과

1. 제1심

제1심(춘천지방법원 2020. 10. 8. 선고 2020고단 565, 167 판결)은 피고인이 ‘법원경매 및 채권 관련 외근’이라는 구인광고를 보고 전화하여 보이스피싱 조직에 채용된 것은 사실이나, 피고인에게 비정상적인 금융거래의 보이스피싱 가능성을 인식할 만한 학력 및 사회경험이 있고, 업무의 특성상 일반인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통상적인 채권추심 업무가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상황이므로 피고인이 미필적으로라도 이 사건 범행이 보이스피싱임을 인식하고도 이를 방조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였고, 피고인은 이 판결에 대하여 사실오인 및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다.

2. 제2심

제2심(춘천지방법원 2021. 2. 10. 선고 2020노862 판결)은 피고인이 ①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서 일자리를 알아보다가 ‘○○법무사 사무소’ 명의로 기재된 ‘법원 경매 및 채권 관련 외근’이라는 구인광고를 보고 그 곳으로 연락하여 취업상담을 하고 일을 시작하게 된 점, ② 피고인이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업무를 지시한 사람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조직원이라거나, 수거한 돈이 보이스피싱 범행으로 인한 피해금이라는 사실을 피고인이 알고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직접증거는 없는 점, ③ 피고인이 어느 정도의 사회 경력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피해자들로부터 편취한 돈을 수거·취합하는 방식’까지 알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수거·취합하는 과정의 일부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검사는 이 판결에 대하여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상고하였다.

3. 대법원

대법원(대법원 2021. 5. 13. 선고 2021도3320 판결)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방조죄에서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는 이유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Ⅲ. 평석

1.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의 의미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의 미필적 고의라 함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인식하고, 그 인식한 가능성에 대해 인용하는 것을 말한다. 즉, 행위자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인용하는 의사가 모두 필요하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이른바 ‘용인설’).

2. 최근 보이스피싱조직 관련 범죄에 대한 수사기관 및 판례의 태도

전화금융사기 조직, 이른바 보이스피싱 조직은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하면서(주로 제2금융권 기관 직원을 사칭하는 경우가 많다) “대출을 해 주겠다”라고 현혹한 후 이에 속은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교부받아 편취하는 조직이다.

이러한 보이스피싱 조직은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거는 ‘콜센터’ 피해금을 교부받는 ‘현금전달책’ 피해금을 회수하여 국내외 계좌로 송금하는 ‘송금책’ 등으로 각 역할을 분담하고 있고, 검거에 대비하여 철저히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수사기관은 외국에서 활동하여 현실적으로 수사와 검거가 어려운 주범(콜센터)들보다는 다소 수사와 검거가 용이한 ‘현금전달책’ 또는 ‘송금책’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하여 검거한 후 사기(공모), 사기방조, 전자금융거래법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법원은 보이스피싱 범죄의 중대성, 범죄조직 관련성, 다수의 범죄피해 발생 등을 이유로 현금전달책이나 송금책 등 피고인들이 보이스피싱 범죄인지 알지 못하고 가담하였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도 사기 방조의 죄책을 인정하면서 중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많았다.

3. 보이스피싱 관련 범죄에서 현금전달책, 송금책 등에게 사기방조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전달책, 송금책 등에게 사기 공모 또는 사기 방조에 대한 죄책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현금전달책이나 송금책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형사소송절차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은 그것이 주관적 요건이든 객관적 요건이든 그 입증책임이 검사에게 있으므로(대법원 2012도7377 판결), 현금전달책이나 송금책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다는 것은 검사가 증명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보이스피싱 조직이 현금전달책이나 송금책을 고용하는 방식을 살펴보면, 현금전달책이나 송금책(특히 현금전달책의 경우)이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하기는 쉽지 않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유령회사를 설립하여 사업자등록까지 마친 후, 취업 알선 사이트나 앱에 ‘채권회수업무’라고 기재하여 공고, 범죄가 아닌 정상적인 업무를 하는 것처럼 현금전달책을 모집한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위와 같은 취업공고만 보고서는 해당 업무가 정상적인 채권회수업무인지, 보이스피싱 조직 범죄의 일부인지 알기 어렵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현금전달책을 고용한 후에는 피해자들의 인적사항, 수금액, 이동할 장소, 수금 이후 돈을 전달할 장소를 전달책에게 알려주는데, 이러한 지시는 기계적이고 반복적이다. 설사 현금전달책이 불법적인 일임을 의심하여 지시를 내리는 자에게 자신의 행위가 불법적인 것은 아닌지 질문하더라도 “정상적인 채권회수업무의 일환이다” 등 준비된 답변을 하여 의심을 피하고, 업무지시를 받는 전달책 입장에서 더 깊게 파고들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일반적인 직장인이라면 고용주의 신원 등을 확인해보거나, 고용주가 범죄자인지 확인한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므로, 그러한 확인 행위를 현금전달책이나 송금책에게 기대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라 할 것이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전달책 또는 송금책이 채용되는 방식, 업무지시를 받는 방식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이들에게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여 사기방조의 죄책을 지우는 것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

4. 대상판결의 의의

이 사건 1심은 피고인이 여러 사회생활을 하였고, 피고인을 고용한 회사 및 고용주에 대하여 아무런 확인도 하지 않았으며, 채권회수 방식이 일반적이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피고인에게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을 방조한다는 미필적인 인식이 있었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은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주관적 요소인 미필적 고의의 존재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법관으로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라는 형사소송의 대원칙을 전제로, 피고인이 자신이 관여한 행위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사기 범행이었음을 미필적이나마 인식하였다거나 예견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항소심을 확정하였다.

보이스피싱 현금전달책이나 송금책이 정상적인 취업 알선 사이트나 어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하여 보이스피싱 조직이 운영하는 회사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고, 그러한 경우 단순 반복적인 지시를 받으며 피해자들과 만나 현금을 전달받기 때문에 자신의 업무가 범죄의 일환인지 의심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형사재판의 대원칙을 전제로 한 대상판결의 태도는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특히, 흔히 총책이라 불리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주범이나 콜센터를 수사·검거하지 않고 현금전달책이나 송금책에 대해 기소한 후 그들에게 중형을 구형하는 수사기관의 태도가 보이스피싱 범죄의 근절을 위해 효율적인지 의문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현금전달책이나 송금책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워 보이스피싱 조직이 제시하는 근무조건에 현혹되는 경우가 많고, 그러한 사정상 보이스피싱 조직이 주는 보수 상당의 금액도 즉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즉,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전달책이나 송금책에게 사기방조의 죄책을 인정하고 그들에 대한 배상명령신청 등을 인용하더라도 피해자들로서는 피해를 회복할 수단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고, 오히려 방조범들에게만 책임을 인정하고 수사가 종결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궁극적인 보이스피싱 범죄의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이러한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해서는 개정 입법을 통해 처벌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출처 : 법조신문(http://news.koreanba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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