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0. 11. 5. 선고 2020다241017 판결 -
1. 서론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은 제10조 제1항과 제3항에서 ‘계약갱신요구권’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그 내용은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 갱신을 요구하면 제1항 단서에서 정하는 사유가 없는 한 갱신을 거절하지 못하고, 전 임대차와 같은 조건으로 다시 계약된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런데 구 상가임대차법(2018. 10. 16. 법률 제15791호로 개정되기 전) 제10조 제2항은 갱신요구권은 최초 임대차기간을 포함하여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법이 개정되면서 ‘10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행사할 수 있도록 변경되었다. 그리고 그 부칙 제2조는 ‘제10조 제2항의 개정 규정은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임대차부터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래서 이 부칙규정을 소급 적용할지 여부 등 그 해석에 관하여 논란이 있었는데 대상판결에서 그 의미를 명확히 하였다.
2. 사안의 개요
○ 원고는 2012년 7월 20일 피고에게 차임을 연 250만 원으로 정하여 이 사건 건물을 임대하였다.
○ 피고는 2012년 8월 28일 사업자등록을 마친 후 이 사건 건물에서 참기름 등 제조업을 하여왔다.
○ 원고는 2014년 7월 30일 피고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차임을 연 300만 원으로 증액하고 임대차 기간을 2019년 7월 20일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하였고, 이러한 내용을 반영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했다.
○ 원고는 2019년 4월 6일 피고에게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갱신할 의사가 없음을 통보하였고, 같은 날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임대차 계약의 갱신을 요구하였다.
○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임대차계약기간종료를 원인으로 명도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3. 이 사건의 쟁점
구 상가임대차법이 보장하는 임대차기간은 총 5년이었는데, 사회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 등 여러 가지 논란이 된 사건이 있었고, 임차인이 영업을 안정적으로 계속하기에 5년은 짧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마침내 2018년 10월 16일 법률 제15791호로 개정되면서 10년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개정되었다.
위와 같이 개정된 상가임대차법은 원칙적으로 공포한 날부터 시행되었고(부칙 제 1조), 부칙 제2조의 내용은 ‘제2조(계약갱신요구 기간의 적용례) 제10조 제2항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임대차부터 적용한다’이다. 위 규정 해석상 개정법 시행 후에 새로 체결되는 상가건물 임대차계약에 관하여(임차인이 원할 경우) 총 임대차 기간 10년이 보장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위 개정법 시행 전에 이미 체결되어 개정법 시행 당시 존속하고 있는 임대차계약의 경우 위 개정법이 적용되는지 아니면 구법이 적용되는지가 문제 된다. 즉 위 ‘갱신되는 임대차계약’의 의미에 관한 구체적 해석이 필요하다.
4. 대상판결의 주요 요지
① 제1심 판결은 피고가 승소하였다.
② 반면 항소심은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승소판결을 하였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갱신되는 임대차계약’의 의미에 관하여 원고는 ‘임차인이 구법에 따라 갱신요구권을 가지는 임대차계약’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따르면 본 사건의 경우 개정법 시행 당시까지의 피고의 총 임대차기간(2012년 7월 20일 ~ 2018년 10월 16일)이 5년을 초과하므로, 비록 개정법 시행 당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존속하고 있기는 하나,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구법에 따른 갱신요구권은 가지지 아니하고, 따라서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개정법은 적용되지 아니하게 된다.
이와 달리 피고는 ‘총 임대차기간이 10년이 되지 아니한 채로 존속하고 있는 모든 임대차계약’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따르면 본 사건의 경우 개정법 시행 당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존속하고 있었고 총 임대차기간이 10년이 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도 개정법이 적용되어 피고는 총 10년의 임대차기간을 보장받게 된다( 위 부칙 제2조가 ‘갱신되는 임대차’라고 하였을 뿐 ‘임차인이 구법에 따른 갱신요구권을 가지는 임대차’라고까지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기는 하다).
그러나 ‘갱신되는 임대차’를 피고의 주장과 같이 개정법 시행 당시 존속하고 있는 모든 임대차로 해석할 경우 ‘갱신되는’이라는 문구 자체가 무의미한 문구가 된다.
위 부칙 조항이 피고 주장과 같은 의미라면 차라리 ‘제10조 제2항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체결되는 임대차뿐만 아니라 이 법 시행 이전에 이미 체결되어 존속하고 있는 모든 임대차에도 적용한다’고 하거나 아예 ‘제10조 제2항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이전에 체결된 임대차에도 적용한다’고 규정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보장기간을 10년으로 늘리는 법 개정 취지를 고려할 때 개정법 시행 당시 아직 10년이 되지 아니한 임대차라면 임차인이 10년까지는 갱신요구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은, 결론을 다시 전제로 삼고 있는 순환논증에 가깝다). 지금 개정법 시행 당시 이미 보장기간 5년이 지난 임대차에 대하여 개정법을 적용할 것인지가 문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정법에 따른 보장기간 10년이 지나지 않았으므로 10년의 범위 내에서는 임차인이 갱신요구를 할 수 있는 임대차, 즉 위 부칙 제2조의 ‘갱신되는 임대차’에 해당하고, 따라서 개정법이 적용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개정법이 적용되므로 개정법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나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개정법 시행 당시 이미 임대차기간이 5년을 넘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는 개정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구법에 따른 보장기간 5년은 이미 지났다.
즉 개정법 부칙 제2조에 따라 10년 보장이 적용되는 ‘갱신되는 임대차’는 원고의 주장과 같이 ‘개정법 시행 당시 구법에 따른 보장기간 5년이 되지 아니하여 구법에 의하더라도 임차인이 기간만료 전에 갱신요구를 할 수 있는 경우’로 보았다.
③ 대법원도 항소심과 같이 “개정 상가임대차법 부칙 제2조의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임대차’는 개정 상가임대차법이 시행되는 2018년 10월 16일이후 처음으로 체결된 임대차 또는 2018년 10월 16일 이전에 체결되었지만 2018년 10월 16일 이후 그 이전에 인정되던 계약 갱신 사유에 따라 갱신되는 임대차를 가리킨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개정 법률 시행 후에 개정 전 법률에 따른 의무임대차 기간이 경과하여 임대차가 갱신되지 않고 기간만료 등으로 종료된 경우는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원심이 확정되었다(원고 승소).
5. 검토
개정법 부칙 제2조에 따라 10년 보장이 적용되는 ‘갱신되는 임대차’의 적용범위는 개정법 시행 전 이미 상가건물을 임대한 임대인의 신뢰보호 및 법적안정성을 고려하여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임대인의 입장에서 볼 때 개정법 시행 당시 5년의 보장기간이 이미 경과한 임대차와 그렇지 아니한 임대차 사이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개정법 시행 당시 5년의 보장기간이 아직 경과하지 아니한 임대차의 경우 임대인으로서는 향후 임차인이 갱신요구를 할 수도 있음을 예상하고 있다.
반면 개정법 시행 당시 이미 5년의 보장기간이 경과한 경우라면 임대인은 갱신합의에 의하여 정하여진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임대차를 종료시킬 수 있고, 임차인은 더 이상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여겼을 것이다. 즉, 보장기간 5년이 경과한 경우 임대인은 더 이상 임차인의 갱신요구에 응할 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하므로, 쌍방 합의에 의하여 정하는 기간까지만 임대하고 임대차를 종료시킬 수 있음을 전제로 임차인과 사이에 임의로 갱신약정을 하였을 수 있다. 이와 같이 합의에 의하여 갱신된 임대차가 존속하는 도중에 법이 개정되어 임대인의 임대차기간 보장의무(또는 임차인의 갱신요구에 응할 의무)가 부활하고, 총 임대차기간 10년을 보장하여 주어야 한다는 것은 임대인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생각한다(항소심 판결이유 중 일부를 원용함). 따라서 본 판례의 입장은 지극히 타당하다고 본다.
6. 결론
대상 판례는 부칙 제2조의 ‘갱신되는 임대차계약의 의미’에 대해서 ‘임차인이 구법에 따라 갱신요구권을 가지는 임대차계약’으로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원칙적으로 2018년 10월 16일 시점에 4년을 도과한 경우 대부분 갱신요구권이 없고, 구 상가임대차법에 따라 5년의 기간만 보장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실제 사례에서는 상가임대차계약의 경우 계약기간을 1년으로 하고, 그 후 묵시적 갱신을 통해 계약기간을 연장해 가는 사례도 많다(특히 ‘영세상가임대차계약’의 경우). 예를 들면 임차인이 2014년 9월 1일 임대인과 상가건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경우, 구 상가임대차법에 따르면 2019년 8월 31일에 계약 갱신요구 기간인 5년을 도과하였으므로 임대차계약은 기간만료로 종료하게 된다. 반면 임대인이 갱신 기간에 갱신 거절 의사를 통지하지 않아 2019년 9월 1일부터 임대차 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된 경우와 같은 경우에도 2018년 10월 16일 개정일 이후 갱신되는 임대차계약에 해당하게 되어 ‘10년’ 규정의 적용을 받는지와 같은 문제, 그리고 만일 이러한 경우에도 ‘10년’의 임대차기간을 보장받는다면 최초 계약기간도 포함되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도 명확한 판례의 입장이 나오길 바란다.
출처 : 법조신문(http://news.koreanba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