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6도4994 판결 -
1. 사건의 개요
가. 제1심 법원의 판시
이 사건의 피고인은 2004년 4월경 불상의 방법으로 소지하게 된 공소외 1의 인감도장을 찍어 약속어음 및 위임장을 위조·행사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되었는데, 피고인은 수사 초기부터 일관하여 고소인 공소외 1이 공소사실 기재 일시경 피고인의 사무실을 방문하여 남편 공소외 2의 채무를 연대보증하는 취지로 백지 약속어음 및 위임장에 직접 인감도장을 날인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반하여, 공소외 1과 공소외 2는 고소 이후 일관하여 공소외 1은 공소사실 기재 일시경 공소외 2의 채무에 대하여 연대보증한 사실은 물론, 피고인의 사무실을 방문하거나 공소외 2에게 인감도장을 맡긴 사실조차 없다고 주장하였고, 제1심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도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두 사람에 대한 증인신문을 마친 제1심은 이 사건 약속어음 및 위임장에 공소외 1의 인감도장이 날인되어 있는 사실 등에 비추어 두 사람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고 보아 그 신빙성을 배척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나. 원심 법원의 판시
원심은 공소외 1의 연대보증 여부와 관련된 정황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석명하여 피고인이 원심에서 제출한 일부 서류들에 대하여 추가로 증거조사를 하기는 하였으나, 그 제출한 서류들이 대부분 수사기록에 첨부되어 있는 서류들일 뿐만 아니라, 주로 제1심에서 증거조사를 마친 수사기록에 첨부된 대출 관련 서류들에 기초하여 수사 및 제1심 과정에서 이미 지적이 되었던 사정들 즉, 이 사건 대출 관련 서류들의 연대보증인란에 공소외 1의 서명날인이 없고, 피고인이 공소외 1의 인감증명서를 받아 두지 않았다는 사실 등으로 미루어 볼 때 공소외 1이 연대보증을 하지 않았다는 두 사람의 제1심 법정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제1심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다. 대법원의 판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형사사건의 실체에 대한 유죄·무죄의 심증 형성은 법정에서의 심리에 의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의 한 요소로서,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을 수 있고 증명 대상이 되는 사실과 가장 가까운 원본 증거를 재판의 기초로 삼아야 하며 원본 증거의 대체물 사용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바, 이는 법관이 법정에서 직접 원본 증거를 조사하는 방법을 통하여 사건에 대한 신선하고 정확한 심증을 형성할 수 있고 피고인에게 원본 증거에 관한 직접적인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공정한 재판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형사소송절차를 주재하는 법원으로서는 형사소송절차의 진행과 심리 과정에서 법정을 중심으로 특히,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조사가 이루어지는 원칙적인 절차인 제1심의 법정에서 위와 같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이 충분하고도 완벽하게 구현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제1심 판결 내용과 제1심에서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들에 비추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제1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 종결 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아니 된다. 특히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의 경우에는,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하면서 진술에 임하는 증인의 모습과 태도를 직접 관찰한 제1심이 증인의 진술에 대하여 그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항소심이 이를 뒤집어 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으려면,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는 경우여야 한다.
원심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공소외 1, 2의 제1심 법정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기 위해서는 그러한 제1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는 경우이어야 할 것인데, 원심이 지적한 사정들은 제1심에서 증거조사를 마친 수사기록 첨부된 대출 관련 서류들에 기초하여 수사 및 제1심 과정에서 이미 지적이 되었던 사정들로서 제1심이 공소외 1, 2의 제1심 법정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함에 있어 이미 고려했던 여러 정황 중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제1심의 판단을 뒤집을 만한 특별한 사정으로 내세울 만한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니, 원심이 공소외 1, 2가 제1심에서 한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은 조치는 수긍하기 어렵다. 결국 원심에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을 함에 있어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의 원칙에 어긋남으로써 채증법칙을 위반한 위법이 있다.”
2. 검토(형사소송규칙 제156조의5 제2항과 상충하는 문제
가. 위와 같은 대상판결의 판시는 대법원 2019. 7. 24. 선고 2018도17748 판결 등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나. 위 대상판결의 판시 자체는 지극히 타당하다고 할 것이지만, 형사소송규칙 제 156조의5 제2항과 상충하는 측면이 있어 보입니다.
형사소송규칙 제156조의5 제2항에서 ‘항소심 법원은 ① 제1심에서 조사되지 아니한 데에 대하여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고, 그 신청으로 인하여 소송을 현저하게 지연시키지 아니하는 경우 ② 제1심에서 증인으로 신문하였으나 새로운 중요한 증거의 발견 등으로 항소심에서 다시 신문하는 것이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③ 그 밖에 항소의 당부에 관한 판단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중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하여 증인을 신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 특히 위 대상판결과 같은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2005. 5. 26. 2005도130 판결은 “항소심이 항소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제1심이 조사한 증인을 다시 심문하지 아니하고 그 조서의 기재만으로 그 증언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지만 제1심의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기재 자체에 의하여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려운 사정이 보이는 경우에 항소심이 그 증인을 다시 신문하여 보지도 아니하고 제1심의 증인신문조서의 기재만에 의하여 직접 증인을 신문한 제1심과 다르게 그 증언을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심히 부당하다(대법원 1991. 10. 22. 선고 91도1672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피해자 및 공소외 1의 제1심 법정에서의 증언을 유죄의 증거로 하려면 그 증인을 다시 신문하여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신빙성에 의심을 갖게 하는 사정들에 대하여 확인을 하여 의문점을 해명하여 본 연후라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기도 한데, 항소심에서는 1심에서 증언하였던 증인에 대해서는 다시 증인 채택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항소심이 해당 재판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증거에 대하여 충분한 심리를 하지 않고 대상판결의 판시를 논거로 들며 항소기각을 선고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3. 결론
가. 형사소송법이 제1심에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강화하여 제1심 판결에 중점을 두었다고 하여도 제1심 판결에서 진실을 완전히 가리는 것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항소심이 최후의 사실심으로서 진실을 밝혀 피해자를 구제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입니다.
나. 이를 위해서 실무적으로는 항소심에서 변호인이 1심 증인에 대한 증인신문이 필요하다는 사정을 소명하며 증인신문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형사소송규칙 제156조의5 제2항의 규정을 완화하여 가급적 증인신문을 허용해 주는 방법으로 운용하는 것이 필요하고, 입법론적으로는 형사소송규칙 제156조의5 제2항의 규정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 법조신문(http://news.koreanba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