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1. 5. 31. 선고 2020다255429호 판결 -
1. 사안의 개요
상가건물의 임대인인 원고와 임차인인 피고가 계약기간을 2018년 8월 31일 종료하기로 정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피고는 종전에 3개월분의 차임을 연체하였다가 2017년 9월 8월경 위와 같이 연체된 차임의 일부를 지급하였다. 피고가 위 임대차계약이 만료될 즈음 원고를 상대하여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동법’)에 따른 계약갱신 요구권을 행사하였는데, 위 당시에는 3기의 차임을 연체한 상태가 아니었다. 위 갱신요구권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가 종전에 3개월분의 차임을 연체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하면서 피고를 상대하여 임차목적물에 대한 인도를 청구한 사안이다.
2. 이 사건의 쟁점
임차인의 계약갱신 등과 관련하여 동법 제10조 제1항 제1호는 ‘임차인이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라고,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는 ‘2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라고 각 규정한다.
이와 달리 동법 제10조의8은 ‘차임연체액이 3기의 차임액에 달하는 때’에 임대인의 계약 해지권을, 민법 제287조는 ‘2년 이상의 지료를 지급하지 아니한 때’에 지상권설정자의 소멸청구를, 민법 제640조는 ‘임차인의 차임 연체액이 2기의 차임액에 달하는 때’에 임대인의 해지권을 각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위 임차인의 갱신요구와 관련한 차임 연체의 문언들과 사뭇 차이를 보인다.
이건은 동법 제10조 제1항 제1호의 해석과 관련하여 위 문언대로 임대차계약 기간 존속 기간 중 3기의 차임을 연체한 적이 있다면 곧바로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권 행사가 차단되는지, 아니면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 당시를 기준하여 3기의 차임이 연체되지 아니하였다면 임차인에게 계약갱신 요구권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위 쟁점은 동법 제10조의4 규정에 의거한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대상에 해당하는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규정에 의거한 계약갱신 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논의이다. 즉, 상가건물의 임차인에게 계약갱신 요구권을 부여할 수 없다면 동법 제10조의4 제1항 단서 규정에 의거한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대상에도 해당할 수 없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어 상가건물 임차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3. 대상판결의 요지
이 건 사안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가 2017년 9월 8일 연체차임 일부를 지급할 때까지 3개월분의 차임이 연체되어 있었으므로 원고는 그 사유를 들어 피고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고, 이 사건 임대차는 약정한 기간 말일인 2018년 8월 31일 종료되었다”라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역시 ①동법 제10조의8은 임대인이 차임연체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요건을 ‘차임연체액이 2기의 차임액에 달하는 때’라고 규정한 반면, 임대인이 임대차기간 만료를 앞두고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사유에 관해서는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라고 문언을 달리하여 규정한다(동법 제10조 제1항 제1호).
②동법 제10조 제1항 제1호 규정의 취지는, 임대차 계약관계가 당사자 사이의 신뢰를 기초로 하므로, 종전 임대차기간에 차임을 3기분에 달하도록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에까지 임차인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계약관계가 연장되는 것을 허용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2다58975 판결 참조).
③위 규정들의 문언과 취지에 비추어 보면, 임대차기간 중 어느 때라도 차임이 3기분에 달하도록 연체된 사실이 있다면 그 임차인과의 계약관계 연장을 받아들여야 할 만큼의 신뢰가 깨어졌으므로 임대인은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고, 반드시 임차인이 계약갱신 요구권을 행사할 당시에 3기분에 이르는 차임이 연체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4.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동법 제10조 제1항 제1호는 동법 제10조의 8에서 계약해지의 요건으로 삼고 있는 ‘차임연체액이 3기의 차임액에 달하는 때’의 문언 등과 달리 ‘임차인이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라고 규정한다.
대상판결은 종전 대법원 2012다58975호 판결과 마찬가지로 동법 제10조 제1항 제1호의 문언을 달리 규정한 취지에 관하여 ‘임대차관계는 당사자 사이의 신뢰를 기초로 하므로 종전 임대차기간에 차임을 3기분에 달하도록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에까지 임차인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계약관계가 연장되는 것을 허용하지 아니한다’라고 설시하였다.
결국 대상판결에 의하면 임차인이 종전 임대차기간 동안 어느 때라도 3기의 차임을 연체한 적이 있는 경우에는 더 이상 계약갱신 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이러한 해석이 동법 제10조 제1항 제1호 문언에 충실하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또한 간명하다.
그러나 상가건물의 임차인이 단속적으로 지급시기보다 다소 늦게 차임을 지급하거나 또는 어려운 경제적인 상황으로 인하여 차임의 지급 시기를 지체하였다가 경기 회복 후 밀린 차임을 곧바로 지급하는 등 임대차관계를 평온하게 유지해 온 경우에도 대상판결과 같이 상가건물의 임차인에게 부여된 계약갱신 요구권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임차인에게는 계약갱신 뿐만 아니라 권리금이나 시설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까지 봉쇄당하는 불합리하고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결과가 ‘임대차관계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지위에 놓인 상가임차인을 보호하여 공정한 경제질서를 달성’하고자 하는 동법의 제정취지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대한 의구심마저 쉽게 지울 수 없다(헌재 2013헌바198호 참조).
더욱이 대상판결을 일의적으로 적용한다면, 상가건물 임차인의 사소한 부주의라든지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인하여 차임의 지급을 다소 미루는 사례가 빈번하거나 또는 그러한 사정들이 임대인과 사이의 신뢰관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는 현실이 참작될 여지가 전혀 없고 결국 임차인으로서는 민법의 일반원칙인 신의칙을 통하여 위 사정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임차인은 임대인의 갱신요구 거절로 인하여 임차목적물을 상당한 기간 동안 이용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투여한 여러 노력과 비용을 회수할 도리가 없게 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당해 상가건물의 일부에서 거주하던 임차인으로 하여금 거주권마저 박탈케 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우려조차 있다.
따라서 상가건물의 임차인에게 동법 소정의 계약갱신 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①‘임차인이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요건에, ②동 규정의 입법취지인 ‘임차인의 3기의 차임 지급 연체로 인하여 임대차 계약 관계 연장을 받아들여야 할 만큼의 신뢰가 깨어졌는지 여부’에 대한 요건을 보태어 심리한 후 위 두 요건이 충족될 경우에만 임대인이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권을 거절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상가건물 임차인 보호라는 동법의 제정 취지 및 공평의 원칙에 보다 부합할 수 있다.
5. 결어
대상판결이 동법 제10조 제1항 제1호의 문언과 그 취지에 충실한 해석이어서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위 대상판결을 일의적으로 적용한다면 임대차관계가 장기간 지속되리라는 기대하에 권리금을 비롯하여 여러 시설 투여 비용을 소요한 상가건물의 임차인 보호에 미흡할 수 있고 또한 동법의 제정 취지를 유월할 여지가 있다. 따라서 상가건물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권 및 권리금 회수기회 보장의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위 문언에 대한 형식적인 해석과 아울러 ‘종전의 차임 연체로 인하여 임차인과 임대인 사이의 신뢰관계가 깨어진 것인지 여부’라는 실질적인 요건을 추가하여 심리함으로써 법적 안정성과 임차인 보호라는 구체적 타당성을 보다 조화롭게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이 해석하더라도 애초 동법이 상가건물 임차인의 보호라는 취지에서 비롯되었으므로 임대인에게 부당하다거나 또는 법적 안정성을 크게 훼손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출처 : 법조신문(http://news.koreanba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