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6다35390 판결 -
1. 사실관계
위 판결 사안을 각색하면 다음과 같다. 원고는 2012년 3월 19일. 채무자 갑, 제3채무자 피고, 청구 금액 1억 원으로 하여 갑의 피고에 대한 동업자금 반환채권에 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다. 채무자 갑은 위 추심명령 후인 2012년 6월 22일 제3채무자인 피고를 상대로 2억 원의 동업자금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법원은 피고가 갑에게 지급할 돈은 6000만 원이나 위 압류금액 1억 원의 범위 내에서는 갑이 이행소송의 당사자 적격을 상실하였다는 이유로 1억 원 부분은 각하판결을, 나머지 청구 부분은 청구 기각판결을 선고하였다. 을은 2014년 5월 22일 채무자 갑, 제3채무자 피고, 청구금액 1억원으로 하여 갑의 피고에 대한 동업자금 반환채권에 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아, 그 후 피고를 상대로 6000만 원을 구하는 추심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법원은 피고가 6000만 원 중 5000만 원을 을에게 지급하고, 을은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을 하고 그 결정은 확정되었으며, 피고는 위 결정에 따라 5000만 원을 집행공탁하였다. 원고는 위 2012년 3월 19일 추심명령에 기초하여 피고를 상대로, 피고가 공탁한 50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1000만 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2. 개요 및 쟁점
위 사건의 쟁점은, 추심금 청구소송에서 청구의 일부만을 인정하는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된 경우, 화해권고결정의 효력이 그 전에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다른 추심채권자(원고)에게 효력이 미치는지 여부이다. 위 화해권고결정의 효력(기판력)이 원고에게도 미친다면, 원고는 기판력에 반하는 청구를 하는 결과가 되어 법원은 청구기각 판결을(당사자와 청구금액을 서로 달리하므로 소 각하 판결은 적절하지 않다),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해석하면, 법원은 기존 사건의 실체를 뒤엎을만한 증거가 발견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집행공탁한 금액을 제외한 1000만 원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하여야 한다.
3. 원심 판결의 요지
원심은, 채권자대위소송 판결의 기판력에 관한 대법원 1994. 8. 12. 선고 93다52808 판결의 법리(채무자가 어떠한 사유로든 채권자대위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알았을 경우에는 그 판결의 효력이 채무자에게 미친다는 취지)는 추심금소송에서 청구 일부를 포기하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된 이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이유로, 채무자 갑이 선행 추심금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안 이상 원고에게 이 사건 화해권고결정의 기판력이 미치고, 원고는 화해권고결정의 기판력에 반하여 갑의 피고에 대한 채권 중 5000만 원을 초과하는 나머지 부분을 청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청구기각 판결을 선고하였다.
4.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추심금소송에서 추심채권자가 제3채무자와 피압류채권 중 일부 금액을 지급하고 나머지 청구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재판상 화해를 한 경우 나머지 청구 포기 부분은 추심채권자가 적법하게 포기할 수 있는 자신의 추심권에 관한 것으로서 제3채무자에게 더 이상 추심권을 행사하지 않고 소송을 종료하겠다는 의미로 보아야 하고, 이와 달리 추심채권자가 나머지 청구를 포기한다는 표현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애초에 자신에게 처분 권한이 없는 피압류채권 자체를 포기한 것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위와 같은 재판상 화해의 효력은 별도의 추심명령을 기초로 추심권을 행사하는 다른 채권자(원고)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판단의 근거로, 추심채권자들이 제기하는 추심금소송의 소송물이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피압류채권의 존부로서 서로 같더라도 소송당사자가 다른 이상 그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서로에게 미친다고 할 수 없는 점, 민사집행법 제249조 제3항, 제4항은 추심의 소에서 소를 제기당한 제3채무자는 집행력 있는 정본을 가진 채권자를 공동소송인으로 원고 쪽에 참가하도록 명할 것을 첫 변론기일까지 신청할 수 있고, 그러한 참가명령을 받은 채권자가 소송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그 소에 대한 재판의 효력이 미친다고 정하고 있는데, 위 규정 역시 참가명령을 받지 않은 채권자에게는 추심금소송의 확정판결의 효력이 미치지 않음을 전제로 참가명령을 통해 판결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를 확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인 점, 제3채무자는 추심의 소에서 다른 압류채권자에게 위와 같이 참가명령신청을 하거나 패소한 부분에 대해 변제 또는 집행공탁을 함으로써, 다른 채권자가 계속 자신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것을 피할 수 있으므로, 어느 한 채권자가 제기한 추심금소송에서 확정된 판결의 효력이 다른 채권자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해도 제3채무자에게 부당하지 않는 점 등을 들었다. 나아가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이 사건 화해권고결정 중 청구 포기 부분이 갑의 피고에 대한 피압류채권 자체에 관한 것임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이나, 을과 피고 사이의 선행 추심금소송에서 5000만 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는 내용의 이 사건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되었더라도, 나머지 청구 포기 부분은 을이 피고에 대하여 추심권을 더 이상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이고, 을이 갑의 피고에 대한 채권 자체를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5. 압류경합의 법률관계
동일한 채권에 대하여 여러 개의 채권압류와 추심명령이 있는 경우, 각 압류권자는 독자적인 지위에서 추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압류경합의 경우에는, 추심명령을 받아 채권을 추심하는 채권자는 집행법원의 수권에 따라 일종의 추심기관으로서 압류나 배당에 참가한 모든 채권자를 위하여 제3채무자로부터 추심을 하는 것이므로, 제3채무자가 정당한 추심권자에게 변제하면 그 효력은 압류경합 관계에 있는 모든 채권자에게 미치고, 또한 제3채무자가 집행공탁을 하거나 상계 기타의 사유로 압류채권을 소멸시키면 그 효력도 압류경합 관계에 있는 모든 채권자에게 미친다. 집행공탁이 있게 되면, 압류경합 관계에 있는 모든 채권자의 압류명령은 그 목적을 달성하여 효력을 상실하고 압류채권자의 지위는 집행공탁금에 대하여 배당을 받을 채권자의 지위로 전환되므로, 압류채권자는 제3채무자의 공탁사유 신고 시까지 민사집행법 제247조에 의한 배당요구를 하지 않더라도 배당절차에 참가할 수 있다. 이러한 집행공탁의 효력으로 말미암아 압류경합 관계에 있는 다른 채권자가 또다시 제3채무자에 대하여 변제의 청구를 할 수 없게 된다.
추심명령과 달리 전부명령은, 실질적으로 피압류채권을 압류채권자에게 이전함으로서 전부채권자에게 독점적인 만족을 주는 제도이므로, 전부명령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될 때까지 그 금전채권에 관하여 다른 채권자가 압류가압류 또는 배당요구를 한 경우에는 전부명령은 효력을 가지지 않는다(민사집행법 제229조 제5항). 그러므로 전부명령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된 시점을 기준으로 압류경합이 있을 경우, 전부명령은 원칙적으로 무효인 점에서, 다수의 경합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 추심명령과는 차이가 있다(동일한 채권에 대하여 두 개 이상의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이 발령되어 제3채무자에게 동시에 송달된 경우, 당해 전부명령이 채권압류가 경합된 상태에서 발령된 것으로서 무효인지의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을 제시한 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다68839 판결 참조).
원심은 채무자 갑이 선행 추심금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안 이상 원고에게 이 사건 화해권고결정의 기판력이 미친다고 판시하였으나, 원심의 논리를 일관하면, 추심금소송의 원고와 제3채무자인 피고가 공모하여 추심금의 범위를 축소한 후 화해권고결정 등을 받을 경우, 후행 추심금 소송의 원고는 기판력으로 말미암아 예상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대상판결이 기판력의 범위를 축소한 것은 타당한 논리로서 수긍이 간다.
동일한 채권이 경합되어 복수의 추심명령이 발령된 후 시기를 달리해 여러 개의 추심금소송이 법원에 계속 중인 경우, 제3채무자인 피고의 지급 범위와 관련하여 수소법원 사이에 판결결과가 달리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특히 건축주인 제3채무자가 공사하자를 원인으로 한 공사대금 상계권을 행사한 경우라면, 각 수소법원별로 감정인을 지정하여야 하고, 이러한 경우 판결결과는 필연적으로 모순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이러한 모순저촉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동일 법원에 추심금 소송이 계속 중이라면 소송이부 절차를 통한 병행심리 또는 기일추정을 통해 판결의 통일을 꾀할 것이다.
출처 : 법조신문(http://news.koreanba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