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5다 33441 판결 -
1. 사실관계
서울 소재 피고호텔은 1982년 사우나 및 헬스클럽, 골프연습장(기존클럽)을 갖추고 회원을 모집해 운영해왔는데, 이용계약의 내용은 원고가 기존클럽을 이용할 서비스를 제공받되 그 대가로 입회보증금과 연회비를 지급하는 것으로 하고 있다. 2012년 1월경 기존회칙에서 ‘시설의 개보수 그 밖의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클럽시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일시’ 폐쇄하거나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제12조)’는 내용을 개정해 신규회칙에서 ‘시설의 개보수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한 경우에는 사전에 이를 공고한 후 클럽 시설의 전부 또는 일부를 폐쇄 또는 이용을 제한할 수 있고(제12조 제1항), 운영상 불가피한 사정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없을 경우 시설을 폐쇄할 수 있다(제12조 제2항)’는 내용으로 변경했다.
2013년 1월경 피고는 수년간 지속된 적자로 클럽유지가 불가능해 개정된 회칙규정에 따라 기존 클럽 사업을 중단하고 폐쇄하며 입회보증금 등을 반환하겠다는 공고로 계약해지 통보를 하고, 2013년 8월경 기존 클럽을 폐쇄했다. 한편 원고는 피고가 기존클럽과 같은 장소에서 공사를 해 2014년 4월경 헬스, 사우나, 수영장 등을 갖춘 신규클럽을 설치운영했다. 원고는 피고의 해지통지가 부적법하다며 회원의 지위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① 기존클럽은 3층 남자사우나(478.41㎡), 4층 헬스장(174.75㎡), 5층 골프연습장(78.84㎡)을 두고 있고, ② 신규클럽은 3층 남자사우나(335.55㎡), 여자사우나(191.56㎡), 4층 헬스장(256,6㎡), 5층 수영장 공조실 (83.76㎡), 6층 수영장 (444.47㎡)을 두고 있다.
2. 판결의 요지
(1) 1심판결
피고가 누적된 적자로 기존클럽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었고, 이런 사정은 신규회칙에서 ‘부득이한 사유(제1항)’ 혹은 ‘운영상 불가피한 사정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없는 경우(제2항)’에 해당하므로 피고의 이 사건 이용계약 해지통보는 적법하며, 신규클럽은 여자사우나, 수영장이 신축되는 등 기존클럽과 독립된 시설이므로 기존클럽 계약의 목적물이 존재하지 않아 이용계약은 종료됐다고 보아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2) 2심판결
원고는 신규회칙 제12조에서 정한 사업수행불가능으로 인한 시설폐쇄는 시설의 영구폐쇄를 의미할 뿐 일시폐쇄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를 이유로 한 이 사건 이용계약 해지는 부적법하다는 주장을 했고, 이에 대해 2심은 신규회칙이 일시폐쇄를 배제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일시폐쇄가 운영상 불가피한 사정을 해소하기 위한 것일 때에는 계약해지가 유효하다고 보아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3) 3심판결
피고는 기존클럽이 있는 장소에 신규클럽을 설치하기 위해 기존클럽을 ‘일시폐쇄’했는데, 기존회칙이나 신규회칙에 이를 이용계약해지 사유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 사건 이용계약해지는 부적법하므로 원고는 기존클럽의 회원지위를 유지한다고 판단했다.
3 대상판결의 법적 쟁점 및 평석
피고가 작성한 기존·신규회칙은 사업자인 피고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계약서로서 여러 회원과 이용계약을 체결할 때 사용한 점에서 약관이라 할 수 있다. 한편 기존·신규 회칙 제12조에는 ‘해지’라는 문구는 없으나, ‘폐쇄’라는 단어를 이와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기존회칙 제12조에는 ‘일시’라는 문구가 있으나 신규회칙 제12조는 시설의 일부 또는 전부에 대한 폐쇄만 규정하고 있을 뿐 해지사유로서 폐쇄가 영구폐쇄인지 일시폐쇄인지에 대해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즉 신규회칙의 해지사유로 전부시설·영구폐쇄, 전부시설·일시폐쇄, 일부시설·영구폐쇄, 일부시설·일시폐쇄 중 어느 경우에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문제되는 바, 대상판결의 법적 쟁점은 약관규정 불명확조항의 해석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대상판결은 약관의 해석 방법에 대해 계약체결자의 의사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해야 하며, 약관조항이 명백하지 않거나 의심스러울 때에는 약관작성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며, 불명확조항인 신규회칙 제12조의 경우 전부시설·영구폐쇄일 때 계약해지 사유로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요컨대 대상판결은 기존클럽의 회원들에게 신규시설물을 사용할 이용권을 인정하고 있다. 생각건대 기존클럽과 신규클럽의 시설물을 비교해 볼 때 신규시설물은 피고 호텔의 동일한 장소에 설치된 기존시설물을 일부 증축한 시설로 볼 수 있는 바 대상판결의 기존시설물은 신규시설물을 공사하는 기간동안 일시적으로 폐쇄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신규회칙 제12조에 일시폐쇄를 해지사유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이상 이를 이유로 한 이용계약 해지는 무효로 보아야 한다. 더불어 일시폐쇄인가 여부를 떠나 약관 조항상 계약해지 사유로 “신규클럽을 설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존 클럽 폐쇄”를 규정하고 있지 않은 이상 예측가능성의 측면에서 고객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공평의 원칙에 부합한다는 점에 의하더라도 본 건 이용계약해지는 부적법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해보인다.
출처 : 법조신문(http://news.koreanba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