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9도11294 전원합의체 판결 -
1. 사안의 개요
가. 피고인들은 갑(甲)이라는 상호로 가상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갑의 대표이사 내지 사내이사이다.
나. 피고인들은 2018년 1월 5일 경 ‘갑’이라는 상호로 인터넷상 가상화폐 거래소를 개장하면서, 마치 많은 회원들이 ‘갑’이 구축·설치해 위 거래소에서 사용 중인 가상화폐 거래시스템을 이용해 매매주문을 내고 그에 따라 매매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것처럼 꾸미기 위하여, 위 거래시스템상 차명계정을 생성하고, 그 차명계정에 실제 보유하고 있지도 않은 원화(KRW)와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원화 포인트와 가상화폐 포인트를 허위 입력한 다음, 속칭 ‘봇 프로그램’ 내지 ‘마켓메이킹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자동주문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위 차명계정을 주문자로 하고 위와 같이 허위 입력한 원화 포인트 등에 대한 매매주문을 내기로 모의하였다. 피고인들은 차명계정(ID) 5개를 생성한 후 총 30회에 걸쳐 위 차명계정에 계정별로 원화 포인트 등의 보유량 정보를 조작 입력하고, 이를 위 거래시스템상 표시하여 각 행사하였다. 그 후 ‘봇 프로그램’을 일부 보완하는 한편 더 많은 차명계정을 생성해 원화 포인트 등을 이용한 매매주문을 내기로 마음먹고, 차명계정 10개를 새롭게 생성한 후 총 60회에 걸쳐 위 차명계정에 계정별로 원화 포인트 등의 보유량 정보를 조작 입력하고, 이를 위 거래시스템상 표시하여 각 행사하였다.
다. 피고인들은 갑(甲) 거래소에서 사용 중인 가상화폐 거래시스템에 차명계정을 생성하고, 차명계정에 허위의 원화 포인트 등을 각 입력하여 위작하고, 이를 위 거래시스템상 표시하여 이를 각 행사하였다는 사실로 공소가 제기되었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들이 ‘갑’의 사전자기록인 이 사건 거래시스템상 차명계정에 원화 포인트 등을 입력한 것은 허위의 정보를 입력한 것에 해당하고, 이는 피고인들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위 거래시스템의 설치·운영주체인 ‘갑’의 의사에 반하는 전자기록을 생성한 것으로서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전자기록을 위작한 것이므로 사전자기록의 위작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공전자기록 등 위작죄에서 말하는 전자기록의 ‘위작’에, 전자적 방식에 의한 정보의 생성·처리·저장·출력을 목적으로 구축하여 설치·운영하는 시스템의 설치·운영 주체와의 관계에서 전자기록의 생성에 관여할 권한이 없는 사람이 전자기록을 작출하거나 전자기록의 생성에 필요한 단위정보의 입력을 하는 경우 외에 시스템의 설치·운영 주체로부터 각자의 직무 범위에서 개개의 단위정보의 입력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시스템 설치·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전자기록을 생성하는 경우도 포함”되며 위 법리는 사전자기록등위작죄에서 행위의 태양으로 규정한 ‘위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판시하면서, 원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하였다.
4.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가. 쟁점의 정리
이 사건은 사전자기록에 허위의 정보를 입력한 행위가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사전자기록의 ‘위작’에 해당하는지 여부로서 위작의 의미에 유형위조 외에 무형위조가 포함되는지 여부이다.
나. 견해의 대립
이에 대해서는 1)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정보를 입력하는 무형위조도 포함된다는 견해, 2) 이 사건 위작은 형법 제231조와 대응하여 유형위조만을 의미한다는 견해, 3) 개인사업자의 경우에는 본죄가 성립하지 않으나 종업원이 운영주체의 의사에 반하여 위작한 경우에는 본죄가 성립한다는 견해 등이 대립한다.
다. 검토
대법원 다수의견은 다음의 이유로 타당하지 않다.
1) 제232조의2에서 규정한 사전자기록위작죄는 제231조의 사문서위조죄와 그 구성체계가 대응적이어서 제231조의 “위조 또는 변조”가 제232조의2에 규정된 “위작 또는 변작”에 대응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논리적·체계적 해석이라고 보아야 한다.
2) 형법 제20장 문서에 관한 죄에서 공문서의 경우 유형위조 및 무형위조를 처벌하는데 비해, 사문서의 경우 원칙적으로 유형위조만을 처벌하고 무형위조는 진단서 등 예외적으로 처벌하고 있다. 그런데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의 위작(또는 변작)죄가 추가됨에 따라 이러한 처벌구조가 변경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조문의 순서를 보더라도 공전자기록위작(제227조의2)의 경우 유형위조(제225조)와 무형위조(제227조)다음에 배치하였는데 비해, 사전자기록위작(제232조의2)의 경우에는 유형위조(제231조)와 무형위조(제233조) 사이에 배치하였다.
3) 대법원 다수의견은 만약 사전자기록의 권한남용적 무형위조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처벌의 공백을 가져올 것이라는 취지의 판단을 하고 있으나, 이는 처벌의 필요성을 앞세워 법문언을 지나치게 확장해석하는 것이므로 죄형법정주의에도 어긋난다.
대상판결은 기존의 판례를 재확인한 것인데, 다수의견은 처벌의 필요성만을 강조하는 것으로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므로, 반대의견은 5인에 불과하였으나 대법관 구성이 변경된다면 판례변경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처벌의 필요성이 있다면 입법을 통해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출처 : 법조신문(http://news.koreanba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