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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명 이수현
소속 -

-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전원합의체) 판결을 중심으로 -

 

1.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피해자의 집 뒷길에서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남편과 피해자의 처, 그리고 피해자의 친척인 제3자가 있는 가운데, 피해자에게 ‘저것이 징역 살다 온 전과자다’ 등으로 큰소리로 말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요지로 기소되었습니다.

원심 법원은 피고인의 발언이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여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고, 대법원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 대하여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을 인정하는 확립된 대법원 판례의 태도를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 대하여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을 인정하는 확립된 대법원 판례를 유지할 것인지 여부입니다.

3.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가. 다수의견은 명예훼손죄가 다양한 법령으로 규정되어 처벌범위와 규제가 더 확대되고 있는 점, 현재 명예훼손으로 인한 침해에 대해 형벌을 대체할 만한 적절하고 효과적인 수단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존재하는 점 등을 감안한다면, 전파가능성 법리가 법리적으로나 현실적인 측면에 비추어 타당하므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다수의견은, 반대의견의 비판대로 전파가능성 법리가 명예훼손죄의 처벌범위를 확대시킬 수 있음을 인식하고, 지금까지 대법원이 전파가능성 및 인식 등에 관하여 단순한 ‘가능성’이 아닌 ‘개연성’을 요구함으로써 검사에게 엄격한 증명책임을 부담시켰고, 피고인에게 전파가능성에 관한 인식과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므로 행위자의 고의를 인정함에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으며, 발언자와 상대방 또는 피해자 사이의 관계나 지위, 대화를 하게 된 경위와 상황, 사실적시의 내용, 적시의 방법과 장소 등 행위 당시의 객관적 제반 사정에 관하여 심리한 다음, 그로부터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전파가능성 법리의 제한 기준이 확립되어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였습니다.

나. 그러나 반대의견은 대법원이 사적인 관계에서 이루어진 대화, 심지어 상대방으로부터 비밀을 지키기로 하는 약속을 다짐받고 하는 은밀한 대화나, 개인 블로그 혹은 단둘이만 메시지를 주고받은 카톡방, 개인 간 주고받은 이메일 등의 사안에서도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한 경우가 상당하다는 점을 들며, 다수의견의 전파가능성 법리 제한의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하고 전파가능성 법리의 폐기를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반대의견은 명예훼손죄의 성립 여부는 적시된 사실의 전파가능성이 아니라 사실적시 행위 자체가 공연성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가능성이라는 추측을 처벌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점, 전파가능성 법리는 수범자의 예견가능성 자체를 침해하여 행위자에 대하여 결과책임을 묻는 것이라는 점, 구성요건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전파가능성 개념을 인정하는 것은 공연성을 대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전파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확장해석임을 들었습니다.

다. 대상 판결에서 피고인에게 공연성이 인정된다며 유죄를 선고한 원심 법원의 결론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대법원이 굳이 전파가능성이라는 법리를 통하여 공연성을 인정할 근거가 없고, 오히려 대법원이 전파가능성 법리를 유지하여 이 사건과 같은 쟁점이 계속 발생하는 것임을 지적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이 사건도 반대의견의 지적처럼 수사기관에서 당시 마을 주민들이 어느 정도로 그 발언을 들었는지 여부 등 공연성 자체에 대해 수사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나, 그와 같은 정황을 찾아볼 수 없음을 보면, 전파가능성 법리를 유지하기 때문에 오히려 공연성에 대한 수사기관의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다수의견은 전파가능성의 법리를 제한하는 기준이 있음을 강조하나, 전파가능성 법리를 공연성을 인정하는 요건으로 확장 적용하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전파가능성 법리를 제한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그리고 명예훼손죄가 보호하는 명예는 주관적인 가치가 아닌 객관적인 가치를 가리킨다고 봄이 타당한데, 전파가능성 법리는 주관적인 가치에 기반한 개인의 명예까지 보호하므로 모욕죄의 범위까지 침해하고 있습니다.

형벌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감안한다면, 명예훼손 사안은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민사적 해결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형사상 처벌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던 것이며, 전파가능성으로 확장시킨 처벌 범위를 형법 제310조로 제한하려다 보니 오히려 반대의견이 지적한 것처럼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경우 처벌을 받지 않고, 처벌을 받지 않아야 하는 경우 처벌을 받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다수의견은 처벌의 필요성에 집착한 결론을 내렸다고 하겠습니다.

출처 : 법조신문(http://news.koreanba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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