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남부지방법원 2019고단3413을 중심으로 -
1. 공소사실 및 법원의 판단
B대학교 총장은 재임 중 B대학교 교비를 ①B학원 변상금부과처분취소소송 관련 법무비용, ②B학원과 주식회사 F, G의 변경계약 관련 소송·자문 관련 법무비용, ③총장 선거관련 법률자문료 등 법무비용, ④정보공개거부결정처분취소소송 관련 법무비용, ⑤해임처분취소사건 소송·자문 관련 법무비용 등으로 사용하여, 교비를 “학교 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가 아닌 용도로 사용하여 이를 횡령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되었다. 이에 대해 법원은 ①법무비용은 B대학 소관 업무인 교육용 기본재산에 관한 법률분쟁으로, ②법무비용은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시설의 분쟁해결로, ③법무비용은 총장 선출에 관한 학교 소관 사무로, ④법무비용은 정보공개거부처분에 대한 법률비용으로, ⑤법무비용은 학교의 장에게 위임된 교원의 임용권을 위한 법률비용으로 각 교비를 지출한 것인바 ①, ②, ③, ④, ⑤ 법무비용 모두 학교업무의 일환으로 소송비를 사용한 것이므로, 이를 두고 “횡령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2. 법적 쟁점 및 기존 판례의 입장
(1) 법적 쟁점
대상판결의 법적 쟁점은 학교 소송비용으로 교비를 지출하는 것이 횡령죄가 성립하는가로 볼 수 있다. 판결문에서 검찰과 법원은 법무비용이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비용”으로써 교비에 포함되는가를 놓고 대립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검찰은 제외되는 것으로 법원은 포함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와 함께 사립학교법상 법인회계와 교비회계가 분리된 상황에서, 교비를 법인사무를 위해 지출하는 것이 교비횡령인지도 추가쟁점이 된다.
(2) 기존 판례의 입장
소송비 지출에 의한 교비횡령에 관한 하급심판결의 선례들을 살펴보면,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13조가 규정하고 있는 바대로 교비회계의 세출 항목은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로 제한되므로, 동 규정에 포함되지 않는 ‘소송비용’을 교비로 지출하는 것은 횡령죄의 고의가 인정되는 것으로 보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급심판결에서 교비지출이 금지되는 소송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유형은 징계파면·해임이나 재임용거부 등 교직원 임면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으로, 학교법인이 교직원 임면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소송비용은 학교법인이 부담해야 하며, 법인회계가 아닌 교비회계로 지출하는 것은 횡령죄로 판단했다.(대학교 직원이 제기한 부당노동행위구제신청 노무자문료 교비지출(수원지법 2013고단2573), 교원의 재임용거부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변호사비용 교비지출(광주지법 2017고정1182) 둘째 유형은 미지급임금 및 퇴직금청구소송 및 공사대금청구소송과 같이 소송 패소 시 그 판결금이 교비에서 지출되는 소송으로써 관련 소송의 변호사비용을 총장이 교비에서 지출한 것을 모두 대해 “학교 교육에 ‘직접’ 필요한 비용”이 아닌 것에 사용했으므로 교비횡령으로 판단했다(서울북부지법 2015고정1887, 서울북부지법 2016고단296, 272).
3. 대상판결에 대한 법적평가
사립학교법은 교비회계와 법인회계로 분리하고 있으며, “학교 교육에 ‘직접’ 필요한 비용”은 교비회계로, 법인업무는 법인회계로 지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학교업무는 학교업무와 학교법인업무가 겹치는 경우가 많아 학교소송을 대응할 때 소송비용을 교비회계와 법인회계 중 어디에서 지출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여기에 더해 규정상으로도 학교법인의 회계규정에는 소송비용을 명시한 반면 교비회계 관련 규정인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13조에는 소송비용을 명시해두지 않는 등 입법의 불균형을 방치해두어 소송당사자들을 더욱 혼란에 처하게 하고 있다. 또한 동 규정은 교비회계를 “학교 교육에 ‘직접’ 필요한 비용”으로만 설정해 둔 탓에 하급심판결은 “학교 교육에 ‘직접’ 필요한 비용이 아닌 소송비용을 교비로 지출한 것은 횡령에 해당한다”며 총장에게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대상판결은 교비에 대한 사용범위를 넓혀 종전의 획일적인 해석을 탈피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학교시설 관련 소송인 ①법무비용(B학원 변상금부과처분취소소송), ②법무비용(B학원과 주식회사 F, G의 변경계약관련 소송)의 경우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 제2호가 규정한 ‘교비로 규정된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시설을 위한 경비’는 아니지만 ‘학교시설을 지키기 위한 부대비용’이라는 점에서 소송비용지출은 정당한 교비집행으로 볼 수 있다. 교원임면 관련 소송인 ⑤법무비용(해임처분취소사건 소송)의 경우 교원의 임면 업무는 학교의 업무와 학교법인의 업무가 결합되어 있으므로 법인회계가 아닌 교비회계에서 소송비용을 지출하더라도 부당하지 않다. 같은 맥락에서 형식적인 당사자는 B학원이지만 실질적인 당사자는 B대학교로 볼 수 있는 ①, ②의 법무비용도 교비로 집행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③,④법무비용의 경우 종전과 마찬가지로학교업무의 일환으로 보아 교비횡령이 아닌 것으로 본점에서 문제되지 않는다.
“학교 교육에 ‘직접’ 필요한 비용”에만 교비를 집행할 수 있다는 관점을 고수하게 되면 현실적으로 “학교 교육에 ‘직접’ 필요한” 소송은 수행할 수 없게 된다. 학교교육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신축적으로 해석하여, 학교소송을 교비로 집행하는 것에 법적 타당성을 부여한 대상판결의 입장을 지지한다. 무엇보다 정당한 학교업무의 일환으로 소송을 수행하기 위해 당사자가 된 학교의 장에게 교비로 소송비용을 지출한 것을 이유로 횡령죄를 선고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그 법적 논거가 빈약해 보인다.
출처 : 법조신문(http://news.koreanba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