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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명 박상흠
소속 -

- 대법원 2020. 5. 14. 2019도16228 판결을 중심으로 -

 

1. 사실관계

2015년 9월 18일 피고인은 제1매수인(이하 ‘피해회사’)과 이 사건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했고, 피고인은 2016년 3월경까지 피해회사로부터 매매대금 10억 원 중 8억 2500만 원을 교부 받았으나, 2016년 3월 31일 제2매수인에게 매도하여 2016년 4월 4일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주었다. 한편 피고인은 2015년 10월경 피해회사로부터 계약금 4억 원 중 3억 원을 교부 받은 후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경료해주었다. 이 사건 토지 소유권을 취득한 제2매수인은 본소로 피해회사를 상대로 가등기말소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고, 피해회사의 반소로 제기한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청구가 받아들여졌으나 피고인, 제2매수인과 피해회사의 합의하에 피해회사는 가등기를 말소했다.

2. 법원의 판단

(1) 원심의 판단 - 피고인이 제1매수인 피해회사에게 가등기를 마쳐주었으므로, 피고인의 이중매매에도 불구하고 피해회사는 피고인의 협력 없이 가등기의 순위보전효력에 의해 자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수단이 마련되었으므로, 피고인의 피해회사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신임 관계가 없고, 피해회사가 중도금을 지급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지위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볼 수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다.

(2) 대법원의 판단 - 피고인이 피해회사에 가등기를 설정해주었더라도 가등기는 순위보전효력만 있을 뿐 소유권이전등기와 동일한 물권변동의 효력이 없으므로, 중도금이 지급된 단계부터 매도인에게 매수인을 위해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동일하므로, 피고인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임에도 피해회사와의 신임관계를 위배하여 제2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주었으므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3. 법적 쟁점 및 의견 대립

(1) 법적 쟁점 - 대상판결의 법적 쟁점은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중도금까지 지급 받은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 의무’가 ‘타인의 사무’인지 ‘자기의 사무인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같은 사안에서 대상판결과 같이 매도인이 제1매수인에게 가등기를 경료해 준 경우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매도인의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추가 쟁점으로 꼽을 수 있다.

(2) 매도인의 사무에 대한 의견대립

1) 타인의 사무로 보는 입장 - 사무를 성격은 계약을 체결한 타인과의 관계에서 의무의 본질이 타인의 재산을 보호하는 데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부동산매매에서 중도금을 지급 받은 이후부터는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러 매도인은 매수인들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할 신임관계가 있으므로 타인의 사무로 보아야 한다. 더욱이 동산과 달리 부동산은 등기를 통해 소유권변동이 발생하는바, 등기는 공동신청주의로 인해 매도인은 매수인의 부동산등기절차에 협력해 줄 의무가 있으므로 매도인의 의무는 타인의 사무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2) 자기의 사무로 보는 입장 -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의 부동산 소유권이전의무는 매매계약에 따른 매도인의 자기 사무이며, 신임관계에 기초한 상대방에게 위탁된 사무로 볼 수 없다. 중도금이 지급되었다 하더라도 매도인은 손해배상과 함께 계약해제 후 부동산 처분을 할 수 있으므로, 매도인의 사무가 타인의 사무로 변하지 않는다. 동산과 부동산 매매의 경우 매도인의 주된 의무가 매매목적물에 대한 소유권 이전이라는 점에서 법적 성격이 동일하므로, 동산 이중양도에서 동산의 인도채무를 매도인의 사무로 판단한 것처럼(2008도10479), 부동산 이중매매에서도 매도인의 소유권 이전은 자기의 사무로 보아야 한다.

4. 결론

부동산 거래계약에서 매도대금 중 중도금을 지급한 단계는 매수인의 의무는 절반 이상을 이행한 반면 매도인의 의무는 일부도 행하지 않은 상태다. 부동산매매대금이 거액이고, 쌍무계약의 속성상 동시이행의무가 진행되어야 하지만 매매대금이 고가인 탓에 매수인은 분할지급하고 매도인은 매매대금이 완전 지급된 후 단번에 인도와 등기이전 의무를 이행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중도금이 지급된 이후 내부적으로 소유권의 지분이 매도인보다 매수인이 높으므로 의사 해석상 매수인에게는 소유권 이전에 대한 물권적 기대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등기형식주의에만 충실해 매도인이 매수인의 의사에 반하여 일방적으로 제3자에게 부동산을 처분할 수 있도록 허용해 매수인에게 최종적으로 등기가 완료되기 전까지 계약파기의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하도록 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도 반한다. 양도되더라도 대체 가능한 동산과 달리 대체 불가능한 특정물의 성격을 가진 부동산을 동산의 이중양도에 대한 법원의 판단과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도 법적 타당성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 같은 논거를 종합해 볼 때 중도금 수수 후 매도인의 등기협력의무는 타인의 사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더욱이 본건과 같이 피해회사가 잔금 일부액을 지급해 매매대금 전액을 지급 받기 직전이었음에도 피고인이 제3자에게 매도한 경우는 매매대금을 전액 지급 받고도 이를 다른 매수인에게 매도한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으므로, 피고인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임무를 위배한 것으로 평가하는 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또한 피고인이 매도인으로서 피해회사에 가등기를 설정해주었더라도, 제3자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이전등기한 것은 가등기 설정을 통해 형성된 매수인의 기대권과 신뢰에 반한 행동일 뿐만 아니라 피해회사의 이 사건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절차에 위험을 발생시켰다는 점에서 피고인에게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출처 : 법조신문(http://news.koreanba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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