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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민국 법원

같이 살던 여성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목 졸라 숨지게 한 40대가 항소심에서 징역 35년으로 감형받았다.

광주고법 전주제1형사부는 8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44)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15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명령도 내렸다.

A씨는 지난해 5월 18일 전북 완주군 삼례읍 거주지에서 40대 동거녀 B씨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를 먹인 후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B씨 시신을 미리 준비한 여행용 가방에 넣어 집 안에 숨긴 혐의도 받는다.

A씨와 B씨는 2019년 한 실내 골프장에서 처음 만난 후 연인으로 발전해 동거를 시작했다. 이후 약 1년 뒤 A씨는 B씨에게 '용한 보살'이라며 한 인물의 연락처를 알려줬다. B씨는 이 보살과 휴대전화로 소통하면서 보살의 말을 점차 신뢰하게 됐다.

그러나 사실 이 보살은 A씨였다. 보살의 정체를 몰랐던 B씨는 2년 동안 A씨에게 심리적 지배인 '가스라이팅'을 당하며 그가 하라는 대로 행동했다.

그러던 중 2021년 11월 A씨는 B씨 모친 장례식장에서 B씨의 둘째 여동생 C씨를 만나게 됐다. C씨에게 호감을 느낀 A씨는 B씨에게 했던 방식대로 보살로 위장한 채 C씨에 접근했다.

시간이 흐르며 C씨에 대한 마음이 커진 A씨는 'B씨만 사라지면 된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범행 후 B씨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게 B씨인 척 그의 가족과 문자 메시지를 주 받았다. 하지만 수상함을 느낀 B씨 가족이 경찰 신고를 했고 그의 범행은 수면 위로 드러났다.

A씨는 과거에도 미성년자간음죄 등으로 징역 8개월, 특수강도죄 등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심 재판부는 "자신을 믿고 의지했던 피해자의 생명을 빼앗은 피고인의 범행은 그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범죄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에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잔혹함과 악랄함은 누구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고 뒤늦게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한다고 하나 이제 와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무기징역형은 보다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피고인은 살인죄 유형 5가지 중 가벼운 쪽인 2유형에 해당하고, 원심형 무기징역은 균형을 잃은 판단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박효주 기자 ap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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